커피와 음악이 어울리는 도시
뉴욕에서 재즈를 노래하다
빛나는 마천루가 빚어내는 환상적인 뉴욕의 야경, 화려한 도시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재즈밴드의 선율…
꿈의 도시 뉴욕에서 진행한 칸타타 광고 촬영은 스태프에게도 한순간 스쳐 지나가버린 꿈처럼 아득한 경험이었다.
WRITTEN BY 김재철 (CR6 팀 팀장)
음악은 칸타타만의 자산이라고 할 수 있다. 음악을 통해 리더 브랜드의 가치를 더욱 확고히 하고 장기적인 광고 아이덴티티를 구축하기 위해 우리는 ‘커피와 음악이 어울리는 도시를 찾아가는 편곡 여행’을 크리에이티브 컨셉트로 펼쳐나가기로 했다.
그 첫 번째가 바로 세계 문화의 중심인 뉴욕으로의 재즈 여행이었다. 뉴욕이라는 세계 최고의 문화시장에서, 칸타타가 지금까지 쌓아 올린 브랜드 가치에 재즈 고유의 음악 감성을 융합시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고민하며 우리는 촬영 준비를 시작했다.
뉴욕은 최고의 재즈 아티스트들과 공연장, 화려한 레이블로 전 세계 재즈의 중심이 되어왔다. 그러나 자칫 잘못하면 뉴욕과 재즈만 남을 수 있었다.
칸타타만의 가치 안으로 재즈를 녹이기 위해서는 특별한 테마가 필요했다. 그 테마를 통해 소비자들이 뉴욕과 재즈의 감성을 느끼며 CM을 흥얼거리고 칸타타를 소구하게 만들어야만 했다.
커피와 음악, 재즈 그리고 세계의 도시가 자아내는 특유의 감성. 이것을 15초라는 짧은 시간 안에 녹일 수 있는 대명제는 크로스오버였다.
서로 다른 요소들이 음악으로 묶이는 것! 서로 다른 요소들이 음악으로 묶이는 것! 우리가 이 광고를 통해 이끌어가야 하는 단 하나의 절대 가치가 바로 크로스오버인 것이다.
클래식 곡인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강>을 재즈 기법으로 연주하고, 뉴욕이라는 도시를 구성하는 요소들은 모두 공연장이 된다.
횡단보도는 피아노 건반이 되고, 도시 야경을 밝히는 불빛들은 서로 어우러져 협연을 한다. 음악과 커피가 감성으로 교감하듯이 시공과 장르를 넘나들며 새로운 감성을 만들어내는 크로스오버를 통해 칸타타만의 강한 메시지를 만들어야만 한다.
Crossover in New York
그러기 위해선 뉴욕 촬영이 필수일 뿐 아니라 뉴욕이라는 특별한 도시를 우리의 컨셉트 안으로 녹여야 했다.
그런데 여러문제가 있었다. 제일 먼저 공간 배경이 문제였다. 정통 재즈를 연주하는 ‘빌리지뱅가드’나 ‘블루노트’ 같은 먼지 나고 텁텁한, 전형적인 공연장보다는 뉴욕의 야경과 도시적인 요소들을 음악 감성으로 묶을 수 있는 곳을 찾아야만 했다.
하나의 장소에 국한하지 않고 뉴욕 전체를 아우를 수 있으면서 동시에 음악 요소가 결합되어야 했다.
촬영 방향이 명확해질수록 문제는 점점 심각해져갔다. 아름다운 뉴욕 야경이 펼쳐지는 뷰 포인트들은 연주를 할 수 있는 무대도 없고, 카페를 세팅하기도 어려운 곳들이었다.
대부분은 옥상이나 헬기장이었다. 예산과 시간에 한계가 있는 우리로서는 심각한 문제였다. 그래서 야외 테라스로 장소를 수정하고 전망 좋은 테라스를 찾기 시작했다. 그러나 공연을 할 수 있을 만큼 넓은 테라스를 찾는 일도 쉽지 않았다.
뉴욕이시여! 저에게 왜 이런 고난을…
두 번째 난제는 뉴욕의 음악적 요소를 넣는 일. 메인이 되는 재즈 공연 외에도 촬영할 장소들이 많았다. 도입부의 타임스퀘어 촬영도 문제였고 뉴욕 각지에 흩어져 있는 음악 요소들을 촬영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이틀밖에 없는데 찍어야 할 장소들은 이곳저곳에 흩어져 있었다. 감독과 스태프들은 골머리를 앓으며 회의에 회의를 거듭했다.
날씨도 한몫을 했다. 계속 비가 내리는 데다 기온도 낮았다. 이렇게 추운 날씨에 과연 야외 테라스에서 촬영을 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프리프로덕션 기간 내내 우리를 괴롭혔다.
거기다 뉴욕은 핼러윈 파티로 정신이 없었고 마라톤대회를 위해 계속되는 도로 통제로 가뜩이나 시간이 부족한 우리는 지쳐만 갔다.
업친 데 엎친다고 뉴욕 양키스가 필라델피아에서 승리를 해 월드시리즈를 다시 뉴욕으로 불러들였다.
우리의 첫 번째 촬영날 뉴욕에서는 대규모 결승전이 벌어졌고 두 번째 촬영날에 뉴욕 양키스는 9년 만의 우승을 축하하기 위해 시가행진을 한답시고 또 도로를 통제했다. 그야말로‘Headache in New York’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해결되게 마련이다. 여러 어려운 문제를 하나하나 풀어가면서 장소를 결정했고 드디어 촬영 전날이 됐다.
하지만 또다시 날씨가 말썽이었다. 아무리 기상예보가 맞지 않는 뉴욕이라지만 촬영 당일 비가 온다는 예보를 무시할 수는 없었다.
더군다나 바람이 초속 25m로 불어댄다고 하니 거의 태풍 수준이다. 마음이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게다가 촬영장소는 24층에 있는 야외 테라스였다. 비와 바람 모두 큰 악재였다.
결국 촬영을 하루 뒤로 미뤄야 했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어렵게 섭외한 재즈 마스터들이 공연 일정 때문에 스케줄을 미룰 수 없다고 했다. 시간은 하루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다른 재즈 밴드를 섭외해야 했다.
우여곡절 끝에 촬영날을 맞았다. 아침을 먹자마자 촬영장으로 향했다.
저녁 촬영이었지만 스태프들은 이미 촬영장에 나와 장소 세팅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다행히 기온은 적당했는데 바람은 여전히 강하게 불었다.
지상에 있을 때는 덜한 바람이 높은 곳에서는 강하게 불어대고 있었다.
마음이 불안해져왔다. 준비가 늦어져 날이 점점 어두워지자 감독과 PD는 화를 내기 시작했다.
날씨도 추웠다. 두꺼운 오리털 파카를 입고있어도 몸이 덜덜 떨렸다.
드디어 어렵사리 세팅이 끝나고 모델인 소지섭이 리허설을 한 뒤 촬영을 시작했다.
그러나 불어오는 바람에 테이블 위의 모든 잔들이 바닥으로 떨어져 ‘와장창’ 소리를 내며 깨졌다.
순간 머릿속이 아득해지면서 아무런 대책도 떠오르지 않고 답답하기만 했다.
하지만 정신을 바짝 차리고 주변을 수습해야 했다. 그리고나서 겨우겨우 추위와 바람 속에서 무사히(!) 촬영 첫날 일정을 마쳤다.
편집실 안에서 비로소 음악을 흥얼거리다
다음날 오후, 타임스퀘어로 향했다. 먼저 도착한 스태프들이 촬영 준비를 하고 있을 터였다. 그러나 토요일 오후 3시의 타임스퀘어는 말 그대로 인산인해였다.
여기서 어떻게 촬영을 할 수 있을까 싶었다. 거기다가 소지섭이 도착하고 스테디캠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구경하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우리나라 사람들보다 더 신기해했다. 심지어는 테이크가 끝나면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현지 스태프들은, 영화나 광고를 위해 도시에서 촬영할 때는 아예 거리를 통째로 빌려 통제하기 때문에 일반 시민들은 촬영을 구경할 기회가 별로 없어서라고 설명해주었다.
그와는 비교도 할 수 없지만 몇 명 안 되는 스태프들이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사람들을 통제하고 소지섭을 보호하면서 오프닝 촬영을 서둘러 끝냈다. 나머지 촬영도 주어진 시간 안에 최선을 다해 무사히 마쳤다.
물론 모든 해외 촬영이 어렵고 힘들지만 이번 촬영은 유독 유난스러웠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도 컨셉트에 맞춰 의도대로 잘 진행된 것인지, 크로스오버 요소가 우리 광고 안에 잘 녹아들었는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편집에 대한 걱정이 이어졌다.
편집실에서 어느 정도 편집 작업이 끝나자 그제야 비로소 안심이 되고 마음이 풀리기 시작했다. 그러고 나니 기억이 났다.
밤 비행기에서 바라본 뉴욕, 정말 아름다웠다. 생각해보니 아무리 일을 하러 갔다지만 뉴욕의 활기찬 여유와 매력, 아름다움을 즐기면서 커피 한잔 하지 못했다. 진한 아쉬움이 밀려왔다.
하지만 우리 광고가 온에어되고 많은 사람들이 칸타타를 마시면서 뉴욕의 감성으로 커피를 노래하며 흥얼거릴 것이다.
기분 좋은 상상을 하자 편집실 복도를 걸어 나오면서 나도 모르게 재즈를 노래하고 있었다. BGM의 박자에 맞춰 손을 까닥거리며 “따라라~라 칸, 타, 타~”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