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辭說)’의 시대가 꾸는 꿈
CHEIL WORLDWIDE 기사입력 2020.12.15 12:00 조회 1749
   
‘사설(辭說)시조’라고 들어보셨나요? 고등학교 국어 시간에 배웠던 기억이 어렴풋이 떠오를 겁니다. 영·정조 시대에 발아해 조선 후기에 크게 유행한 사설시조는 초장/중장/종장의 형식을 유지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런 형식이 무색할 만큼 매우 깁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에도 “왜 이리 사설이 길어? 본론만 얘기해!”라는 말을 곧잘 하는데, 이때의 ‘사설’이 바로 사설시조의 그 ‘사설’입니다. 말씀 ‘사’에 말씀 ‘설’이 붙으니 당연히 말이 길어질 수밖에 없겠죠.
 
그런데 사설시조의 특징이 비단 이런 형식적 측면에만 있는 건 아닙니다. 사대부들의 전유물이었던 평시조가 주로 유교적 이념이나 자연 경관을 칭송하는 내용으로 이뤄졌다면, 사설시조는 ‘현실’을 이야기했습니다. 소박한 일상사, 찌질한 연애사에 때로는 욕설이나 음담패설도 거침없이 담아냈습니다. 뿐만 아니라 세태를 풍자하는 내용도 있었죠.
 
사설시조의 생산자와 향유자가 양반이 아닌 일반 서민이다 보니 형식뿐 아니라 내용면에서도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 가능했던 것이겠죠. 요즘에는 사설이 길면 제지당하기 일쑤지만, 사실 사설은 ‘현실에 대한 자각과 개선 의지’에서 비롯됐습니다.

 
▲ 질병 등 액운을 물리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까치 호랑이 그림.
ⓒ 국립민속박물관
 

조선 후기에 사설시조와 함께 당대의 민중에게 향유되던 예술 장르가 있었으니, 바로 민화(民?)입니다. 정식으로 그림 교육을 받지 않은 무명 화가들이 그렸던 민화는 화원이나 선비들의 정통 회화를 모방해 그린 실용적인 그림입니다. 그림의 기역자도 모르는 사람들이 그렸으니, 기량적으로는 풋내가 나는 수준에 머물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솔직하게 느끼는 대로 그린지라 익살스럽고 우스꽝스러운 면모가 보입니다.
 
민화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현실과 긴밀히 연결돼 있다는 점입니다. 부귀영화를 상징하는 모란 그림, 액을 물리치는 까치 호랑이 그림, 자손이 번창하기를 바라는 석류 그림, 건강하게 오래 살기를 바라는 십장생 그림 등 한마디로 민화는 행복을 염원하는 그림이었습니다.
 
사설시조도 그렇지만 민화가 널리 그려지고 향유되던 조선 후기는 서구 열강의 틈바구니 속에서 이 ‘조용한 아침의 나라’가 살아남기 위해 악전고투하던 시기였습니다. 그 험한 시기에 행복을 추구하는 그림이 더 많이 그려졌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합니다. 시대가 어려울소록 현실을 개선하려는 의지와 바람이 더 강해지기 때문이겠죠.
 

▲ 부부가 화목하고, 자손이 번창하고, 경제적으로 풍요롭게 살기를 바라는 화조도.
ⓒ 국립민속박물관
 

소비자들의 뚜렷한 성향 중 하나로 자리매김한 ‘가치 소비’는 이제 개인적 영역을 넘어 전 지구적 차원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아마도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라는 베스트셀러 제목처럼 여럿이 함께 잘사는 것이 곧 나 자신도 잘 살 수 있는 길임을 깨달았기 때문이겠죠. 이러한 변화의 흐름에 불을 지핀 건, 올 한 해 우리를 당황스럽고 고통스럽게 만든 코로나19입니다.
 
1930년대 대공황 이래 최대 규모의 경제 침체라 불릴 만큼 전 세계가 어려움에 직면하면서 연대와 실천의 의미가 더욱 각별해졌습니다. 개인적 실천뿐 아니라 타인의 실천, 나아가 브랜드의 참여까지 촉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에 따라 소비자와 함께 공동의 사회/환경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색하는 브랜드는 큰 공감대를 일으키고, 이는 곧 기업의 생존을 위한 토대가 됩니다. 그 어느 때보다 ‘브랜드 액티비즘’에 대한 기대가 높은 요즘, 제일매거진 12월호에서는 ‘브랜드 액티비즘이 부각되고 있는 시대적 변화와 당위성’에 대해 짚어봅니다.
 
19세기, 척박한 조선 땅에 살던 사람들이 사설시조를 통해 현실 개선의 의지를 내비치고, 민화를 통해 행복하고 평화로운 삶을 꿈꾸었듯 한 해의 모퉁이에서 ‘모든 삶의 지속가능성’을 염원해 봅니다.
 
12월호 ·  가치 소비 ·  국립민속박물관 ·  매거진 ·  민화 ·  사설 ·  사설시조 ·  유교적 이념 ·  제일기획 ·  제일매거진 ·  코로나19 ·  평시조 ·  프롤로그 ·  화조도 · 
이 기사에 대한 의견 ( 총 0개 )
2023년 광고 시장 결산 및 2024년 전망
2023년 연초 광고 시장에 드리웠던 불안한 예감은 현실이 됐다. 지난 2021년 20.4%라는 큰 성장 이후 2022년 5.4% 재 성장하며 숨 고르기로 다시 한번 도약을 준비하던 광고 시장이었다. 하지만 발표된 다수의 전망들은 2023년 광고 시장의 축소를 내다보고 있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에 따르면 2023년 광고비는 전년 대비 3.1%p 하락으로 전망됐고, 이중 방송 광고비는 17.7% 감소가 예상됐다.
광고에 맛을 넣다.(원명진 부장, 레오버넷)
  광고에 맛을 넣다. 원명진 CD (레오버넷 부장)       # 1.우연과 운명사이 “애초부터 광고를 할 생각을 하지는 않았어요.” 자신감일까? 광고가 그의 운명이라는 뜻일까? 어쩌면 광고는 그의 재능이 발휘되었던 하나의 수단이란 뜻일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노력에 비해 결과가 나오지 않는 사람에게는 이런 그의 말이 기분 나쁠 수도 있겠다 싶었다. 하지만, 생각지 못
이노션, 강남대로 최대 LED 미디어월 ‘더 몬테 강남’ 론칭
  -디지털 아트 캔버스로 새롭게 태어난 옥외 전광판 - 이노션이 서울시 강남대로에 최대 규격 및 최고 화질의 LED 미디어월 ‘더 몬테 강남’을 새롭게 론칭하고 다채로운 콘텐츠를 선보일 계획이다. 대규모 LED 미디어월 ‘더 몬테 강남’은 이노션이 자체 운영하는 옥외 미디어 프라퍼티로, 강남역 사거리 몬테소리 빌딩에 설치된 기존의 전광판을 리뉴얼해 재탄생했다. 총 면적은 337.5㎡로
대홍기획 7월 새 소식
 제41회 DCA(대홍 크리에이티브 어워드) 개최 대홍기획이 국내 대표 대학생 공모전인 제41회 ‘대홍 크리에이티브 어워드(이하 DCA)’를 개최한다. 대홍기획은 1984년 제정된 DCA 대학생 공모전을 통해 40여 년간 수많은 수상자와 광고 전문가를 발굴해왔다. 올해 대홍기획은 광고 마케팅의 패러다임 전환 및 급변하는 매체 환경에 맞춰 전통적인 광고 형식에 한정되지 않은 대학생들의 다양한 아이디어
파리올림픽 마케팅의 모든 것
세상에서 가장 큰 스포츠 이벤트인 ‘올림픽’. 올림픽은 스포츠가 적어도 4년에 한 번 제대로 빛나게 하는 지구촌 축제로 전 세계의 다양한 종목을 한꺼번에 담아낸 유일무이한 플랫폼이다.
2023년 광고 시장 결산 및 2024년 전망
2023년 연초 광고 시장에 드리웠던 불안한 예감은 현실이 됐다. 지난 2021년 20.4%라는 큰 성장 이후 2022년 5.4% 재 성장하며 숨 고르기로 다시 한번 도약을 준비하던 광고 시장이었다. 하지만 발표된 다수의 전망들은 2023년 광고 시장의 축소를 내다보고 있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에 따르면 2023년 광고비는 전년 대비 3.1%p 하락으로 전망됐고, 이중 방송 광고비는 17.7% 감소가 예상됐다.
제일기획, 세계 최고 권위 ‘칸 라이언즈’서 금ㆍ은ㆍ동 수상
  제일기획(대표이사 사장 김종현)이 프랑스 칸에서 열린 세계 최고 권위의 광고제 ‘칸 라이언즈(Cannes Lions International Festival of Creativity) 2024’에서 금상 1개, 은상 1개, 동상 3개 등 총 5개의 본상과 영라이언즈 동상을 수상했다.     제일기획 스페인법인이 삼성전자와 진행한 ‘삼성 임펄스(SAMSUNG IMPULSE)
맛.없.없! 맛이 없을 수가 없는 배스킨라빈스 역대급 캠페인
제일기획 김종해 프로 (비즈니스 18팀)   ‘맛.없.없’이란 신조어를 아시는지? 인코딩 차이로 깨진 문자처럼 보이는 이 단어는 사실 우리가 흔히 쓰는 ‘맛이 없을 수가 없다’의 약자다. 닭갈비와 치즈의 조합, 갈비와 냉면의 조합처럼 말 그대로 맛이 없기 힘든 조합에 흔히 붙이기도 한다.   이런 밈을 활용해 올해 6월 배스킨라빈스(이하 배라)에서 그야말로 역대급 ‘맛.없.
[어텐션, 크리에이터] 과학에 재미를 붙이고 싶다면, 과학 채널 추천 4
 제일기획 편집팀   요즘 미디어 콘텐츠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과학이 기본이다. 우주과학을 기본으로 하는 넷플릭스 드라마부터 인공지능 관련 각종 뉴스까지, 첨단 기술이 우리 일상에 한층 더 깊게 들어오며 우리가 알아야 할 과학 상식도 늘어난다. 과학에 재미를 붙이도록 돕는 과학 유튜브 채널을 소개한다.       #SF #천문학 #물리학   &nb
영화 원더랜드처럼, AI와 정서 교감 가능할까?
하민회 (주)이미지21대표   “꿈에서라도 만나고 싶은 그리운 이, 다시 볼 수 있다면 AI로 복원하시겠습니까?” 영화 <원더랜드>는 고인 혹은 그에 준하는 사람을 AI로 복원하는 서비스가 일상화된 세상의 이야기다. 어린 딸에게 엄마의 부재를 느끼게 하고 싶지 않아서, 사고로 의식불명이 된 연인을 놓고 싶지 않아서 AI 서비스를 신청한 사람들. 그리고 그들을 관리하는 두 명의 플래너가 영화 주인공이다. 현
2023년 광고 시장 결산 및 2024년 전망
2023년 연초 광고 시장에 드리웠던 불안한 예감은 현실이 됐다. 지난 2021년 20.4%라는 큰 성장 이후 2022년 5.4% 재 성장하며 숨 고르기로 다시 한번 도약을 준비하던 광고 시장이었다. 하지만 발표된 다수의 전망들은 2023년 광고 시장의 축소를 내다보고 있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에 따르면 2023년 광고비는 전년 대비 3.1%p 하락으로 전망됐고, 이중 방송 광고비는 17.7% 감소가 예상됐다.
제일기획, 세계 최고 권위 ‘칸 라이언즈’서 금ㆍ은ㆍ동 수상
  제일기획(대표이사 사장 김종현)이 프랑스 칸에서 열린 세계 최고 권위의 광고제 ‘칸 라이언즈(Cannes Lions International Festival of Creativity) 2024’에서 금상 1개, 은상 1개, 동상 3개 등 총 5개의 본상과 영라이언즈 동상을 수상했다.     제일기획 스페인법인이 삼성전자와 진행한 ‘삼성 임펄스(SAMSUNG IMPULSE)
맛.없.없! 맛이 없을 수가 없는 배스킨라빈스 역대급 캠페인
제일기획 김종해 프로 (비즈니스 18팀)   ‘맛.없.없’이란 신조어를 아시는지? 인코딩 차이로 깨진 문자처럼 보이는 이 단어는 사실 우리가 흔히 쓰는 ‘맛이 없을 수가 없다’의 약자다. 닭갈비와 치즈의 조합, 갈비와 냉면의 조합처럼 말 그대로 맛이 없기 힘든 조합에 흔히 붙이기도 한다.   이런 밈을 활용해 올해 6월 배스킨라빈스(이하 배라)에서 그야말로 역대급 ‘맛.없.
[어텐션, 크리에이터] 과학에 재미를 붙이고 싶다면, 과학 채널 추천 4
 제일기획 편집팀   요즘 미디어 콘텐츠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과학이 기본이다. 우주과학을 기본으로 하는 넷플릭스 드라마부터 인공지능 관련 각종 뉴스까지, 첨단 기술이 우리 일상에 한층 더 깊게 들어오며 우리가 알아야 할 과학 상식도 늘어난다. 과학에 재미를 붙이도록 돕는 과학 유튜브 채널을 소개한다.       #SF #천문학 #물리학   &nb
영화 원더랜드처럼, AI와 정서 교감 가능할까?
하민회 (주)이미지21대표   “꿈에서라도 만나고 싶은 그리운 이, 다시 볼 수 있다면 AI로 복원하시겠습니까?” 영화 <원더랜드>는 고인 혹은 그에 준하는 사람을 AI로 복원하는 서비스가 일상화된 세상의 이야기다. 어린 딸에게 엄마의 부재를 느끼게 하고 싶지 않아서, 사고로 의식불명이 된 연인을 놓고 싶지 않아서 AI 서비스를 신청한 사람들. 그리고 그들을 관리하는 두 명의 플래너가 영화 주인공이다. 현
2023년 광고 시장 결산 및 2024년 전망
2023년 연초 광고 시장에 드리웠던 불안한 예감은 현실이 됐다. 지난 2021년 20.4%라는 큰 성장 이후 2022년 5.4% 재 성장하며 숨 고르기로 다시 한번 도약을 준비하던 광고 시장이었다. 하지만 발표된 다수의 전망들은 2023년 광고 시장의 축소를 내다보고 있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에 따르면 2023년 광고비는 전년 대비 3.1%p 하락으로 전망됐고, 이중 방송 광고비는 17.7% 감소가 예상됐다.
제일기획, 세계 최고 권위 ‘칸 라이언즈’서 금ㆍ은ㆍ동 수상
  제일기획(대표이사 사장 김종현)이 프랑스 칸에서 열린 세계 최고 권위의 광고제 ‘칸 라이언즈(Cannes Lions International Festival of Creativity) 2024’에서 금상 1개, 은상 1개, 동상 3개 등 총 5개의 본상과 영라이언즈 동상을 수상했다.     제일기획 스페인법인이 삼성전자와 진행한 ‘삼성 임펄스(SAMSUNG IMPULSE)
맛.없.없! 맛이 없을 수가 없는 배스킨라빈스 역대급 캠페인
제일기획 김종해 프로 (비즈니스 18팀)   ‘맛.없.없’이란 신조어를 아시는지? 인코딩 차이로 깨진 문자처럼 보이는 이 단어는 사실 우리가 흔히 쓰는 ‘맛이 없을 수가 없다’의 약자다. 닭갈비와 치즈의 조합, 갈비와 냉면의 조합처럼 말 그대로 맛이 없기 힘든 조합에 흔히 붙이기도 한다.   이런 밈을 활용해 올해 6월 배스킨라빈스(이하 배라)에서 그야말로 역대급 ‘맛.없.
[어텐션, 크리에이터] 과학에 재미를 붙이고 싶다면, 과학 채널 추천 4
 제일기획 편집팀   요즘 미디어 콘텐츠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과학이 기본이다. 우주과학을 기본으로 하는 넷플릭스 드라마부터 인공지능 관련 각종 뉴스까지, 첨단 기술이 우리 일상에 한층 더 깊게 들어오며 우리가 알아야 할 과학 상식도 늘어난다. 과학에 재미를 붙이도록 돕는 과학 유튜브 채널을 소개한다.       #SF #천문학 #물리학   &nb
영화 원더랜드처럼, AI와 정서 교감 가능할까?
하민회 (주)이미지21대표   “꿈에서라도 만나고 싶은 그리운 이, 다시 볼 수 있다면 AI로 복원하시겠습니까?” 영화 <원더랜드>는 고인 혹은 그에 준하는 사람을 AI로 복원하는 서비스가 일상화된 세상의 이야기다. 어린 딸에게 엄마의 부재를 느끼게 하고 싶지 않아서, 사고로 의식불명이 된 연인을 놓고 싶지 않아서 AI 서비스를 신청한 사람들. 그리고 그들을 관리하는 두 명의 플래너가 영화 주인공이다. 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