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들에게 무대는 자신의 작품을 소개하고 그에 대한 평가를 받는 없어서는 안될 필수불가결한 장소이다. 그러나 기존의 방식은 예술가와 관객 모두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기에는 한정적이었다. 그래서 폭발하듯 넘쳐나는 예술적 에너지는 제한된 장소를 넘어 보다 넓은 장소를 자신의 무대로 삼아 관객과 교감하고 있다. 지금 현재, ‘전 세계의 거리’라는 보편적이고 가장 넓은 무대의 주인공이 된 예술가들을 만나본다.
예로부터 예술을 보고 감상하는 일은 그렇게 할 시간과 자원을 모두 지닌 지극히 소수의 사람에게만 해당하는 사항이었다. 예를 들어, 뉴욕의 현대미술관(MOMA)을 방문하거나, 런던의 테이트미술관, 파리의 루브르박물관,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에르미타주미술관을 방문하기 위해 여행을 떠나려면, 그럴 만한 자원이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의 반대편에는 예술 작품은 보다 광범위한 대중이 감상할 수 있도록 개방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처럼 많은 이들이 예술을 즐겁게 받아들이도록 도와주는 수단 중의 하나가 바로 ‘거리 예술’이다.
넓은 의미로 해석하자면, 거리 예술이란 거리에서 만들어지거나 공연하거나 연습하는 모든 예술적인 행위에 적용할 수 있다. 더 확장하여 해석하면 파리의 에펠탑이나 런던 트라팔가 광장의 넬슨 제독 동상, 이집트의 피라미드 같은 단일 구조물도 거리예술이라고 볼 수 있다.
일반적인 거리 예술의 특징 중 하나는 대부분 국가나 종교 단체, 그 외의 어떤 기관의 허가 없이 자발적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그 결과, 거리 예술은 ‘대중의, 대중을 위한, 대중에 의한’ 예술로 간주되며 그래서 민주적이라는 특징도 지닌다. 더 나아가 혁명적이고 기존의 문화에 대항하는 성격을 드러내기도 한다. 거리 예술가 중에 잘 알려진 존 페크너는 거리 예술의 개념을 ‘그래피티가 아니라 거리에서 행해지는 모든 예술’이라고 정의한다. 이 말은 거리에 붙이는 스티커, 포스터 아트, 게릴라아트, 스트리트 일러스트레이션, 거리에서 행해지는 연극, 플래시 몹, 건물의 벽이나 다리의 교각 등에 그려지는 대형 벽화 등이 모두 거리 예술에 포함된다는 뜻이다.
사람들이 거리 예술을 만드는 이유는 거리 예술가의 수만큼 다양할 것이다. 어떤 사람은 정치적, 사회적 문제를 알리는 데 거리 예술을 활용하기도 하고, 또 어떤 이들은 단지 불법으로 간주되기도 하는 일을 한다는 스릴을 즐기는 것일 수도 있다. 많은 이들은 자신의 작품을 보다 많은 이에게 보여주기 위하여 거리를 선택하기도 한다. 이 중에서 거리 예술이 점차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끊임없이 오가는 많은 대중에게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매력 때문일 것이다.
거리 예술 작품은 전 세계 어디에서나 발견할 수 있지만 이 분야에서도 흔히 말하는‘뜨는 장소’가 있다. 독일 베를린의 미테, 프렌츨라우어 베르크, 크리우츠베르크 지역, 영국의 런던과 브리스톨,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 호주의 멜버른, 이탈리아의 안코나와 그로타글리, 그리고 프랑스의 파리를 가장 ‘핫’한 장소로 꼽을 수 있다. 그중에서 파리는 거리 예술 운동의 시작이 된 장소로서, 건물의 벽에 정치
이슈에 대한 자신들의 슬로건을 적는 레터리즘에 그 기원을 두고 있기에 거리 예술의 중요한 곳으로 여겨진다. 부에노스아이레스는 거리 예술에 대해 경찰 당국이 보다 협조적인 도시로서, 멜버른은 시의회가 거리 예술 활동을 장려하고 그 작품을 보존하기 위해 노력하는 곳으로 유명세를 얻었다.
로스앤젤레스와 뉴욕, 브라질의 상파울루, 노르웨이의 스타반거, 그리고 불가리아의 소피아도 인기 있는 장소이다. 특히 소피아는 구소련 군대의 기념비에 해마다 슈퍼맨이나 산타클로스를 변형시킨 캐릭터를 묘사한 벽화로 유명하다. 상파울루는 전세계 아티스트들이 참여하는 대규모 벽화로, 로스앤젤레스는 선셋대로, 멜로즈 애비뉴와 같은 주요 도로에 설치할 작품 제작에 참여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뉴욕에서는 이와 같은 예술 작품들은 브롱스와 맨해튼의 이스트 빌리지 지역에서 가장 분명하게 볼 수 있다.
21세기에 들어 유행하는 트렌드의 갈래를 보자면, 이전의 텍스트 위주의 형태에서 벗어나 보다 자유롭고 자연스러운 형태로 발전해가는 방향과 이러한 변화에 발맞추어 예술가들 스스로 더욱 모험적이고 혁신적인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예술가와 관객 모두의 적극적인 자세 덕분에 거리 예술은 극적으로 그 무대의 범위와 크기를 확장하고 있다.
거리 예술의 의미는 플래시 몹이나 얼음 조각 같은 다양한 현상을 수용할 만큼 유연하다. 플래시 몹은 마치 ‘어디에선가 갑자기 공공 장소에 나타난 듯’ 보이는 일단의 군중이 다시 흩어지기 전 짧은 시간 동안 서로 약속한 행동을 펼쳐 보이는 것을 말한다.
플래시 몹을 하는 이유는 단순히 즐거움을 위한 것에서부터 풍자와 폭력적인 행위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거리 예술을 간략하게 살펴보았지만, 거리 예술의 형태는 그 창조자와 관람자의 다양함 만큼이나 현재 다양한 형태로 펼쳐지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목적은 하나이다. 잠재적인 관객이 항상 모여드는 거리로 자신의 작품을 옮겨놓고 함께 공유하는 것이다.
[& creativity] 거리라는 새로운 무대를 만난 예술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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