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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재휘 중앙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이처럼 소비자 구매 의사 결정 과정에 다른 소비자들이 미치는 영향은 강력하다. 이러한 대인 영향력을 구전(Word-of-Mouth: WOM) 커뮤니케이션이라 하는데, 구전은 상업적 목적과는 무관하게 전달되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매스미디어를 통해 얻은 제품 정보보다 구전을 더 신뢰하게 된다.
따라서 구전은 제품이나 기업에 대한 태도를 변화시키기도 하고, 구매를 촉진하는 효과를 갖는다. 최근 온라인 네트워크의 발전으로 소비자간 커뮤니케이션은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소비자들은 이제 자리에 앉아 키보드를 통해서, 혹은 이동하면서 휴대 단말기를 터치함으로써, 보다 간단하고 편리하게 정보를 찾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경험이나 지식을 쉽게 멀리 퍼트릴 수 있는 중요한 정보 생산자의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구전하는 사람들, ‘오피니언 리더’와 ‘마켓 메이븐’
오피니언 리더는 대표적인 구전 영향력자로, 다른 소비자들의 의사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져 왔다. 전통적인 관점에서의 오피니언 리더는 인구 통계적인 차이를 지니는데, 대개 학력이 높고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젊은 남성에게서 많이 발견된다고 알려져 있으며, 특정 분야에 전문적인 지식을 지니고 있다. 최근에는 특정 제품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을 지니기보다, 제품기능, 가격, 할인 등의 광범위하고 다양한 시장 정보를 지니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마켓 메이븐(market mavens)’이라는 또 다른 구전 선도자가 존재한다고 알려지고 있다.
마켓 메이븐도 오피니언 리더처럼 혁신성이 높고 새로운 제품이나 신기술에 대해서도 관여가 되어 있기 때문에 제품의 수명주기에서 최초 확산의 단계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유사하다. 하지만, 이들은 특정분야에 국한된 전문지식을 가지고 있기보다, 광범위하고 지속적인 정보 탐색을 통해서 얻게 된 지식을 가지고 다른 소비자에게 발언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이들의 영향력은 신제품만이 아니라 기존 제품에 대해서도 영향을 미치는 등 다양한 영역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Feick & Price 1987).
하지만, 오피니언 리더와 마켓 메이븐과 같은 구전자의 선도력은 주로 전통적인 매스미디어의 매체환경의 관점에서 입증되어 왔으므로, 오늘날의 온라인 네트워크 환경에서의 선도자는 다른 양상을 보일 수 있다.
그 이유는, 혁신성과 ‘전문화된 지식’이 요구되는 오피니언 리더나, 혹은 혁신적 성향과 높은 인지 욕구를 가지고 왕성하게 정보를 수집하는 마켓 메이븐에게는 오랜 시간이나 특별한 능력이 요구되지만, 최근의 온라인 네트워크의 환경에서는 간단한 검색과정을 통해서 누구나가 광범위한 제품지식과 평가 정보 등을 쉽게 손에 넣을 수가 있으므로, 오늘날의 구전자에게는 정보를 획득하는 특별한 능력보다도, 정보를 가공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하려는 동기를 갖고 있는가 하는 측면이 더 중요할 수 있다.
구전의 영향력
온라인에서의 구전 영향력에 관한 기존의 연구들은 구전 발신자가 어떤 사람들인가에 대한 접근보다는 효과적인 구전 정보가 어떤 것인가에 대해서 더 관심을 가져왔다. 어떤 내용들이 구전되기 쉬울까? 그리고 사람들은 몇 명에게 이야기를 전하는 것일까? 아래의 조사결과를 보면 부정적인 정보가 구전되기 쉽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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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후반, 구전을 실증적으로 측정하기 위해서 미국의 TARP라는 회사는 지난 한달 동안 ‘코카콜라’사에 대한 불만을 제시하였거나 문의를 했던 고객 약17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하였다. 조사결과, 불만에 대한 코카콜라사의 대응에 만족을 했던 고객은 주위의 4-5명에게 그러한 사실을 말하였지만, 대응에 불만족을 한 사람들은 주위의 9-10명에게 이야기를 전하고 있었다.
이후 GM사에 대해서도 동일한 조사를 시행한 결과를 보면, 만족한 사람들은 주위의 9명에게 이야기를 하지만, 불만족한 사람들은 주위의 16명에게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었다. 부정적인 정보들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된다는 사실은 온라인에서 더 분명하게 나타나는데, 예컨대, 1999년 ‘e새티스파이’라는 회사가 온라인 구매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를 보면, 불만족한 온라인 고객은 만족한 고객과 비교해서 4배나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온라인을 통해서 전달하고 있었다(Emanuel Rosen, 2000).
그렇다면, 구전은 어떤 효과를 갖는 것일까? 그리고 왜 이렇게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일까?
사실, 구전의 정보는 주관적이며 불확실한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오래 전부터 구전이 영향력을 갖는 중요한 이유는 구전자와 수신자의 관계에서 비롯된다. 전통적으로 가족과 같이 가까운 사람들은 자신이 아끼는 사람들이나 좋아하는 사람들이 잘못된 선택(구매)이나 경험을 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따라서 자신의 경험 혹은 생각을 전함으로써 상대에게 도움을 주려고 했기 때문에, 즉 구전자의 선의(good will)로 인해, 수신자는 구전자의 의견을 신뢰하며 쉽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하지만 온라인에서는 세상과 무한히 연결되는 네트워크라는 특징으로 인해서, 구전자와 수신자의 관계범위가 잘 알지 못하는 사람(weak-tie)에게 까지 크게 확대되고, 네트를 통한 구전의 반복과 확산으로 정보가 전달되는 범주가 매우 넓어졌다.
또한 구전자와 수신자의 관계가 strong-tie에서 weak-tie로 변함에 따라서, 발신자와 수신자의 유사성(정보영역의 유사성)이 낮아지게 되고, 따라서 이것은 수신자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과 유사한 주변 타인(예, 가족, 친구)에게서 쉽게 얻지 못하는 전혀 다른 영역의 정보(예컨대, 자신과 다른 문화로부터의 정보)를 얻게 되는 장점을 갖는다.
사람들은 왜 구전을 하는가?
사람들은 왜 구전을 할까? 그리고 어떤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구전을 활용하는 것일까? 사회심리학의 동기적 관점에서 본다면 다음과 4가지 이유가 구전행동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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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자기표현이라는 가치의 실현과도 관련이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특정분야에 대해서 정보를 적극적으로 수집하고, 연구하면서 생산해낸 정보는 그 자체가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나타나내는 것이며, 나아가 자신의 가치 실현과도 이어질 수 있다.
셋째, 호혜성의 관점에서도 이해할 수 있다. 자신이 모은 귀중한 정보, 그리고 자신의 지식과 경험이라는 높은 가치를 갖는 정보를 타인에게 무상으로 제공하는 이유는, 자기 자신도 다른 사람을 통해서 정보를 얻었고 도움을 받았기 때문이다. 즉, 자신이 받은 만큼 다른 사람에게 베풀고자 하는 심리에서 비롯하였다고도 볼 수 있다.
넷째, 사회적 비교이론과 사회적 증거이론에서 찾을 수 있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알고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 공유시킴으로써 자신과 동일한 의견을 갖는 사람들이 늘어나길 바란다. 우리는 항상 다른 사람들과 비교를 통해서 행동의 방향을 확인하고 있다. 이때 자신의 의견이나 행동이 다수가 되면 자신의 의견이나 행동에 대해 확신을 가질 수가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 비교나 사회적 증거라는 관점은 정보 제공자의 이유도 되지만, 동시에 구전 정보를 활용하고 있는 이유도 된다. 구전 정보를 활용하는 또 다른 이유로는, 다른 사람들의 의견이나 경험을 알게 됨으로써 불안감이 낮아지고 불확실성을 회피할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디지털 호모나랜스의 등장과 구전효과
2008년의 제일기획의 보고서를 계기로, 다시 주목을 받고 있는 ‘호모나랜스’라는 용어는 라틴어로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이것은 미국의 영문학자 존 닐이 1999년 자신의 저서를 통해 처음 소개한 용어인데, 사람은 생각하는 사람인 호모사피엔스와 이야기하는 사람인 호모나랜의 두 모습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다시 말해, 인간은 이야기하려는 본능을 가지고 있으며, 이야기를 통해서 자신이 어떤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리고, 이야기를 통해서 사회를이해하려고 한다는 관점이다.
호모나랜스가 온라인 네트워크의 시대를 맞이하여 디지털 호모나랜스로 재탄생하고 있으며, 이들은 인터넷상에서 이야기를 만들고 공유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이들은 블로그나 미니홈페이지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보다 쉽게 생성하고, 또 새로운 정보를 수집하여 재가공하여 새로운 이야기로 재창조하는 것을 즐긴다. 최근 자신의 이야기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블로그나 미니홈피, 페이스북, 트위터 등과 같은 네트워크의 서비스 이용이 활발해짐에 따라 디지털 호모나랜스의 역할과 영향력에 대해서 또 다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디지털 시대에서의 호모나랜스은 다음과 같은 4가지 공통적인 특성을 갖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첫째, 이들은 수동적으로 정보를 받기보다 관심 있는 정보를 적극적으로 찾아다닌다. 둘째, 이들은 상품정보를 다른 소비자들과 소통하는 공간에서 찾는다. 셋째, 이들은 타인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구성하고 그 과정자체를 즐긴다. 넷째, 이들은 자신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자신만의 콘텐츠를 만들어 이것을 자기표현의 수단으로 사용한다.
디지털 호모나랜스의 특성은 앞에서 언급한 마켓 메이븐과 유사한 특성을 보이고 있지만, 몇 가지 변화를 암시하고 있다. 하나는 구전의 영향력자 즉, 구전발신자들이 급속하게 증가할 것이며, 둘째는, 이들은 영향을 미치는 입장만이 아니라, 또 다시 다른 사람들(정보)에 의해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 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구전이 구전자에서 수신자에게로 전달되는 일방향이 아니라 양자 간에 상호영향을 미치는 양방향적이 될 것이다.
셋째는, 앞으로의 온라인 구전에서는 소통의 공간과 채널이 매우 중요해질 것이라는 변화이다. 소비자들이 머무르는 인터넷상의 공간이나 그들이 전달수단으로 삼고 있는 미디어가 무엇인가에 따라서 정보의 흐름과 활용이 크게 달라질 것이다.
넷째는, 구전으로 전달되는 정보의 특성이 변화된다는 것이다. 객관적인 사실과 경험이라는 요소가 크게 작용하였던 이제까지의 구전정보와는 달리, 앞으로의 구전정보는 수집과 재가공의 반복을 통해서, 정보 내용이 스토리화 되어야 하고, 무엇보다 재미(흥미)라는 요소를 담아야만 비로소 가치 있는 정보가 될 것이라는 것을 예상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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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전의 소통과 채널의 변화, 마케팅 활용
구전과 관련된 또 하나의 변화는 네트워크의 특성 변화이다. 즉, 문서나 데이터가 중심이 되었던 데이터 웹(또는 정보 웹)의 시대에서 인간이 중심이 되는 소셜 웹(social web network)의 시대가 되고 있다는 관점이다.
소셜 웹 서비스는 미디어적인 성격이 강한 서비스와 관계지향(사회적 연결성)적인 성격이 강한 서비스, 그리고 확산과 바이럴 효과가 강한 서비스가 있다. 미디어적인 성격이 강한 서비스로는 블로그가 있으며, 관계지향적인 서비스로는 싸이월드, 미투데이, 페이스북 등을 꼽을 수 있으며, 확산과 바이럴 효과가 강한 서비스는 트위터가 대표적이다.
소셜 웹은 사람들의 소통 방식을 변화시키고 있다. 과거에는 무엇인가를 보고, 경험하거나, 아니면 어떤 정보를 검색하려고 할 때 온라인 접속을 시도하지만, 소셜 웹에서의 사람들은 항상 인터넷에 접속해 있으며, 이들은 다른 사람들과의 소통이 일상화되는 가운데에 돌아다니는 여러 정보들을 자연스레 접하게 된다. 다시 말해, 사람들이 그냥 소셜 웹 환경 내에서 살아가는 상황이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의 마케팅 과제는 제품 정보의 강조보다 사람들, 즉 소비자에게 더 집중하고 소비자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접근이 필요하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의 통계를 보면, 약 20% 정도의 토론이나 대화는 어떤 브랜드와 관련이 된 것이라고 한다. 그만큼 일상생활 속에서 브랜드가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 회사에 대한 이야기가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소셜 웹에서 기업들은 단지 광고 메시지를 보낼 것이 아니라, 마치 소셜 웹 상에서 존재하는 수많은 다른 친구들이나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정체성을 가지고 자연스럽게 소통하는 가상의 인격체가 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소셜 웹에서의 마케팅 활동은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것이 아니라, 소셜 웹 참여자들과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참여자들이 다시 구전자의 역할을 하면서 다른 소비자들과의 공감을 얻고 네트워크를 이루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은 서비스나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문제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 재빠르게 대처함으로써 소비자의 마음을 얻어야 할 것이다.
예컨대,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보다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과 관련된 아이디어를 모으거나, 재미있는 이야기를 같이 나누는 것, 그리고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이야기를 넘어 회사와 관계를 맺으려는 노력이 호모나랜스인 소비자를 구전자로서 움직이게 만들 것이다.
실제로 기업들은 구전을 응용한 바이럴 마케팅에 적극적이다. 누구나가 이야기꾼이 될 수 있는 호모나랜스의 특징을 활용해서 소비자들이 친숙하게 제품과 브랜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열린 구조의 스토리텔링 전략이 다양하게 시도하고 있다.
하나의 예로서, 한방 화장품 LG ‘후’의 성공사례이다. 아모레퍼시픽의 독무대라는 시장 환경에서 이 회사가 선택한 것은 ‘궁중에서 로열패밀리가 쓰던 화장품’이란 콘셉트였다. 철저한 고증을 기반으로 제대로 된 이야기를 만들기 시작하여 ‘히스토리 오브 후’가 탄생하였고, 제품의 기획 단계부터 스토리텔링을 염두에 둬 ‘후의 이야기’라는 뜻으로 작명했다.
‘후’는 어린 아이의 피부로 돌아가고 싶은 욕망과 중년 여성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광고는 숙종을 사이에 두고 장희빈과 인현왕후가 벌이는 갈등을 소재로 영화처럼 만들었다. 또 방송작가에게 의뢰해 ‘후의 비밀’이라는 소설을 쓰게 하여 각종 잡지에 6회 분량으로 연재하였으며, 일종의 ‘매거진 드라마’형태로 소비자들에게 다가 갔으며, 궁중의 하루와 왕후의 피부 관리법 등을 흥미롭게 구성하였다. 이러한 과정에 소비자들은 스스로 참여하여 이야기를 가공하고 전달하는 등 구전을 확산시키는 활동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