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고수의 행동 법칙 1. 즉각적 타이밍
기업과 소비자의 관계를 흔히 ‘연애’에 빗대곤 한다. 이 비유 속에는 기업이 연애 고수가 돼야 날로 까다로워지는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연애 고수’와 ‘연애 고자’는 비록 모음 하나, 자음 하나가 다를 뿐이지만 둘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그 차이가 연애에 있어 성공과 실패를 가른다.
연애 초기, 그들은 그랬다. 유독 추위를 잘 타는 여자가 “손 시려워”라고 말하면, 남자는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가까운 편의점에 달려가 핫팩을 사 왔다. 핫팩을 적당히 문질러 온기가 생기면 그제야 여자 손에 꼭 쥐어 줬다. 무더운 여름날 여자가 “목이 칼칼하네”라고 말하면, 순간 이동이라도 한 듯 잠시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난 남자의 양손에는 시원한 캔맥주가 들려 있었다. 그럴 때마다 되돌아오는 것은 ‘블링블링’한 여자의 눈동자.
공급자가 생산하면 소비자가 그중에서 가장 적당한 제품을 골라 구매하는 게 전통적인 시장의 작동 방식이었다. 그러나 시장 권력이 공급자에서 소비자로 이동한 지금, 소비자의 수요를 실시간으로 즉각 반영하지 않은 채 뒷짐만 지고 있는 기업은 외면당하기 마련이다. ‘온디맨드’로 대표되는 이런 서비스의 무기는 신속함과 편리함이다. 그게 뭐든 빨리! 연애 고수는 즉각적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잘 안다. 때가 지나면 소용없다.
연애 고수의 행동 법칙 2. 니즈 너머에 대한 생각
그 남자와 그 여자가 사귄 지도 어느덧 1년이 넘었다. 어느 날 여자가 말했다. “날씨 좋다! 이런 날 자전거 타면 좋은데.” 다음 날 남자는 여자의 집 앞까지 하얀 바구니가 달린 자전거를 직접 끌고 왔다. 남자가 배달한 건 자전거만이 아니었다. 하얀 바구니 안에는 빨간 장미꽃 한 다발이 가득 담겨 있었다. 여자는 자전거 선물에도 깜짝 놀랐지만, 예상치 못한 장미꽃 세례에 더 감동했다. ‘내가 장미꽃 향기 좋아하는 건 어떻게 알았지?’
소비자의 니즈에 대한 즉각적 피드백은 중요하다. 하지만 무조건 빠른 것만이 ‘정답’은 아니다. 때로는 소비자 자신이 미처 깨닫지 못한, 또는 소비자가 아직 말하지 않은 니즈를 파악해 이를 먼저 제안할 필요가 있다. 물론 그러한 선제안이 의미 있으려면 평소 꾸준한 관심과 분석이 선행돼야 하고, 소비자가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지 파악해야 한다. 그게 뭐든 세심하게! 연애 고수는 겉으로 드러나는 니즈 너머를 헤아릴 줄 안다.
연애 고수의 행동 법칙 3. 꾸준히 지속적으로
그 남자와 그 여자가 결혼한 지도 10년 세월이 훌쩍 넘었다. 결혼 전, 남자는 여자의 ‘순진무구함’이 무척 좋았다. 그러나 그 매력은 결혼 후 ‘지상 최고의 속 터짐’으로 변질됐다. 결혼 전, 여자는 불의를 보면 못 참는 남자의 의협심에 반했다. 그러나 그 매력은 결혼 후 ‘주제 파악 못 하는 오지랖’으로 추락했다. 남녀가 만난 지 일정 시간이 지나면 사랑의 화학 물질이 휘발되고 콩껍질이 벗겨진다고 하는데, 과연 그게 이런 변화의 원인일까?
아마 아닐 것이다. 그 이유는 ‘이제 상대방을 다 안다’는 착각, 그래서 ‘더는 새로울 게 없다’는 오해 때문일지 모른다. 새로울 게 없는 관계는 얼마나 식상하고 권태로운가. 하지만 나조차 아직 나를 다 모르겠는데 어떻게 상대방을 다 알 수 있겠는가. ‘다 안다’라는 말은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된 이후에도 여전히 섣부른 독단이다. 그 남자와 그 여자가 알콩달콩 ‘연애하는’ 듯한 관계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서로를 더 이해하고 알아가려는 곱절의 노력이 필요하다.
소비자에게 겉으로 드러나는 니즈 너머의 가치를 제공하는 일은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만이 ‘정답’은 또 아니다. 소비자가 우리 브랜드의 팬이라고 해서 ‘잡은 고기에게 먹이 주지 않기’ 전략을 세웠다가는 큰코다친다. 한 번 팬이 영원한 팬인 시대는 이미 지났기 때문이다. 어느 기업이 “이제 소비자를 다 알았노라!” 장담할 수 있는가. 소비자의 마음은 늘 변하기 마련이고, 그래서 소비자가 원하는 가치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연애도, 결혼도, 소비자의 마음도 세상에 쉬운 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