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현정 팀장 미디어플래닝1팀 tokki888.lee@samsung.com
인간을 위한 테크놀로지와 크리에이티브, 그리고 영혼을 담은 미디어. 2014 칸 국제광고제 미디어 부문 심사를 맡은 제일기획 미디어플래닝1팀 이현정 팀장이 최신 글로벌 미디어 트렌드를 소개한다.
칸에서 만난 심사위원들
“제가요? 네, 감사합니다. 회사에 도움이 되도록….”
칸 국제광고제의 미디어 부문 심사위원으로 선정됐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무척 기쁘고 한편으론 두렵기도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가문의 영광이라는 칸 심사위원에 선정된 것은 감사한 일이었지만, 세계 최고의 크리에이티브 잔치에 내가 심사를 한다는 게 분에 넘치는건 아닌지 두렵기도 하고 부담이 됐다.
페스티벌 시작 전인 6월 10일 심사를 위해 혈혈단신 칸에 도착한 나를 맞은 건 칸 사무국의 ‘봉고’였다. 내 이름이 적힌 A4 용지를 들고 있는 칸 사무국의 ‘담백한’ 환영은 처음에 가졌던 부담감을 많이 덜어줬다. 게다가 함께 봉고차를 동석하게 된 디자인 분야 심사위원을 비롯해 같은 미디어 분야의 심사위원이었던 멕시코의 Fenny와 얘기를 나누다보니, 심사위원들 상당수가 처음 심사를 맡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래, 너무 긴장하지 말자! 심사가 처음이긴 다 마찬가지다!”
이렇게 아름다운 칸의 햇살 아래 이렇게 많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난다는 것만으로도 무척 흥분되는 일이 아닌가. 심사는 도착 다음날 이른 아침부터 바로 시작됐다. 미디어 분야 심사위원은 총 40명이었고, 우리는 5명씩 8그룹으로 나뉘어 심사를 진행하게 됐다. 8개의 그룹 멤버는 매일 아침 달라졌고, 심사를 진행하는 방도 매일 바뀌어 있어 아침마다 오늘은 내가 어느 그룹에 속해 있는지를 확인해야 했다.
첫날 아침 심사위원장(Jury President)의 소개와 심사 방법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 있었다. 본인 회사의 출품작은 심사에서 배제되고, 같은 나라의 작품에도 ‘애국심’ 점수라고 해서 점수가 배제되며, 어떤 경우에도 공정해야 한다는 사무국 진행자의 설명이 이어졌다. 그리고 매일 약 200~300개의 출품작을 심사해야 하는 힘겹고 긴 여정이 이어졌다.
1. 2014 칸 국제광고제에 참여한 각국의 심사위원들.
사실 첫날은 조금 어색했다. 미디어 심사위원 대부분은 미디어 전문회사 출신들이 선정되는 자리라 심사위원 대부분이 스타콤(Starcom), 마인드셰어(Mindshare), OMD 등 글로벌 미디어 그룹 소속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서로를 잘 알고 있었고, 모른다고 하더라도 같은 그룹사끼리는 스스럼없이 친해지는 경향을 보였다. 제일기획 같은 독립광고회사에서 온 심사위원은 그리 많지 않았다. ‘이거, 왕따 되면 어쩌지’ 하고 걱정을 했으나, 실제 심사에 들어가자 5명씩 소그룹으로 모여서 하루 종일 같이 심사하고 점심도 같이 먹고 하다 보니 자연히 친해질 수 있었다.
사실 심사위원이라고 하더라도 3000여 편에 달하는 출품작을 모두 볼 순 없다. 자기가 속한 그룹의 출품작만 심사하게 돼 있다. 또한 미디어 분야는 예선 심사자(Preliminary Jury)가 출품작의 약 10%를 쇼트리스트(Short List)로 선별하고, 본선 심사자(Award Jury)가 쇼트리스트에서 수상작을 선정하는 2단계의 심사 과정을 거쳤다. 그럼에도 훌륭한 작품은 확실히 도드라져 보였고, 좋은 작품에 대한 심사위원의 평가는 유사했다.
수상작을 통해 본 미디어 분야의 트렌드
이번 칸 미디어 분야에서 수상한 작품들에는 세 가지 경향이 있었다. 먼저 많은 출품작들이 Digital & Social 분야에 출품했는데, 이제 디지털과 소셜미디어의 활용은 기본 중의 기본이라 한 발 더 나아간 아이디어나 테크놀로지가 없는 경우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많은 출품작이 SNS의 활용과 성과를 강조하며 출품됐지만, 소셜플랫폼 분야의 경우 실버 이상의 수상작이 없었다.
두 번째로 미디어에서 테크놀로지가 점점 더 중요시되고 있다는 것이다. 거의 실물 같은 컴퓨터 그래픽을 활용해 아동 성범죄자를 찾아내는 데 기여했던 네덜란드의 ‘Sweetie’ 캠페인은 미디어 분야 포함 19개의 Gold와 1개의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그 외 GPS를 연동해 비행기의 이동에 따라 광고가 반응하는 영국 항공(British Airway)의 광고, 태양의 움직임을 계산해 하늘에 거대 무지개를 만들었던 남아공의 코카콜라 캠페인 등은 테크놀로지를 광고에 잘 활용한 사례라고 할 만하다.
그러나 티타늄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한, 테크놀로지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었던 ‘Sound of Honda’는 미디어 분야에서는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그건 이 테크놀로지가 얼마나 타깃에 적합했는지, 얼마나 인간을 위한 기술인지, 그리고 얼마나 캠페인의 확산에 기여할 수 있는지에 대해 미디어 분야가 더 높은 점수를 책정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Technology for Human’이 중요한 것이다. 페루의 ‘Happy ID’캠페인이 미디어 분야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한 것도 그런 이유이다.
2,3. 컴퓨터 그래픽을 활용해 아동 성범죄자를 찾아내는 데 기여한 네덜란드의 ‘Sweetie’ 캠페인.
4,5. 인간을 위한 기술이 돋보였던 페루의 코카콜라 ‘Happy ID’ 캠페인.
마지막으로 미디어 분야의 중요한 트렌드는 ATL과 뉴미디어의 융합 현상이다. 미디어에서 실버와 프린트 부문에서 금상을 수상한 니베아의 ‘Sun Kids Protection APP’의 경우 잡지 광고와 앱을 연동해 전통 매체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도록 했으며, 금상을 수상한 인도 유니레버의 ‘KAN KHAJURA TESAN’ 캠페인도 모바일로 라디오 플랫폼을 만든 새로운 시도였다.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며 느낀 점은 글로벌 현장에서 제일기획의 많은 캠페인이 충분히 좋은 캠페인으로 평가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좀 더 확산성을 높이고, 기술과 크리에이티브, 그리고 인간의 조화를 고민한다면 분명히 더 좋은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칸 세미나 중 MIT 미디어랩의 앤드류 리프만(Andrew Lippman) 박사가 한 말이 와닿는다.
“Now, Media is a Soul of You.” 미디어에 소비자의 모든 행동뿐만 아니라 영혼까지 담기는 시대. 따라서 그 미디어에 영혼을 담는 크리에이티브가 칸에서 살아남는다. 한 발만 더 가자. 소비자의 영혼을 움직일 때까지만.
Cheil's up은 제일기획 퍼포먼스 현황 및 성과, 이슈가 된 제일러를 소개하는 칼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