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LABORATION] Just the Two of us, 바라보다 그리고 다시 꿈꾸다
Interview. Yang Hee Min (Vandalist)+Lee Shee Woo (INNOCEAN Worldwide)
Photography. Studio 1839
고등학교 시절 동네에서 같이 놀던 친구, 그 당시에 꿈처럼 이야기하던 미래를 현실로 만들어 버린 이 두 친구.
패션 브랜드 ‘반달리스트’의 양희민과 이노션 월드와이드의 패셔너블한 AE 이시우가 함께 보낸 시간과 앞으로 만들어갈 미래에 대한 마스터플랜을 내놓았다.
같은 출발선에서 시작해 경쟁하듯 응원하듯 서로를 지켜보았던 이들은 이제 또 다른 출발선 앞에서 20년 전과는 다른 ‘2인 3각’을 꿈꾼다.
2012년을 마무리하는 의미에서 올 겨울을 어떻게 보내고 있나?
양희민(이하 양) 저는 가을에 2013 S/S 컬렉션을 끝내고, 수출 준비하고 2집 앨범 준비도 하고 있어요. 패션 디자이너가 가수로 데뷔하는 것이 흔한 일은 아닌데, 저는 제 쇼의 음악을 직접 만들어 왔어요. 작곡도 하고 연주도 하고요.
이시우(이하 이) 저도 얼마 전에 캐논 EOS M 광고를 하면서 음악을 만들어봤는데요. ‘브로콜리너마저’에게 부탁을 해서 만들었지만, 실제로 작업을 해보니 쉽지 않았어요. 브랜드 홍보를 위해 옷도 만들어 봤는데 힘들어도 과정 하나하나 밟아가며 좋은 공부했죠
요즘 자신의 작업에 영감을 주는 대상은?
양 저는 베를린이요. 영화 <타인의 취향>에 나오는 베를린이 좋아서 그곳에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이 베를린이라는 도시가 주는 의미가 있어요. 크리에이티브한 사람들은 특별한 것에 끌리기 마련이거든요. 그런 면에서 베를린은 특이한 걸 찾는 예술가들이 좋아하는 것 같아요. 눈에 띄는 화려함보다 건조하면서도 기본이 탄탄한 데에서 오는 어떤 힘을 느낄 수 있죠. 어렸을 때는 평범한 걸 안 좋아하잖아요. 하지만 본질적인 힘을 갖추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패션 브랜드로 말하자면 질 샌더나 띠어리 같이 평범하지만 특별한 것처럼요. 이 친구도 평범한 모노톤만 사용하지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명확해요. 그런 점에서 좋은 것 같아요.
양 패션 쪽에서 보자면, 제가 가장 존경하는 디자이너는 요지 야마모토인데요. 프랑스 매거진에서 요청을 해서 콜라보레이션을 한 적이 있어요. 직접 만나서 진행한 것은 아니지만 많이 기뻤죠. 또 마틴 마르지엘라로 좋아하구요.
10대 시절부터 친구 사이인데, 어떤 성장 과정을 공유하고 있나?
이 같은 고등학교를 다닌 것은 아니고, 동네 친구인 셈이에요.
양 이 친구는 그때부터 광고를 한다고 했고, 저는 옷을 하겠다 그랬었죠. 학교 다니던 와중에 휴학을 하고, 외국에서 돌아와 정확히 서른에 데뷔한지라 막내인 기간이 없었어요. 그 해에 딱 저만 데뷔했는데, 데뷔 컬렉션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칭찬을 해주고 기대하니까 한편으론 좋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부담이 컸죠. 제가 볼 때 시우는 옷을 했어도 잘했을 것 같아요. 저도 광고했으면 잘했을 것 같고요.
이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에서 ‘블루블랙진’을 런칭하면서 과감하게 청바지가 파란색이라는 고정관념을 깼던 시절이었죠. 이 친구는 옛날부터 특이했던 게 우리집에 와서 놀 때 제 옷을 하나하나 다 입어봤어요. 입고는 또 거울도 보고.
양 갖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니라, 이 옷은 어떻게 만들었나 살펴보느라 그랬어요. 하도 많이 입어보니 나중에는 제 몸을 자로 쓸 정도였어요. 입어보면 아래부터 위까지 정확한 사이즈를 알 수 있어요. 그래서 지금도 몸무게에 민감해요. 2킬로그램만 쪄도 빼야 해요.
자신의 삶도, 일도 모두 ‘브랜드’라는 개념에서 보자면?
양 처음 디자이너로 시작했을 때가 1막이라면, 이제 인생의 2막을 시작하면서 좋은 디자이너, 좋은 브랜드를 만들어야 한다는 숙제가 있는 셈이죠. 그래도 저는 독립 브랜드이니까 트렌드와 다르더라도 제 길을 가는 것이 해법이라고 생각해요.
이 요즘 2~3년 동안 남성 패션에 대한 소비가 폭발적으로 늘어났잖아요? 예를 들어 시장이 10배 정도 성장했다면, 나의 비즈니스도 10배 넘게 성장했느냐가 중요한 거예요. 내가 2~3년을 거치면서 10배 이상을 성장한다면 내가 잘하는구나 생각할 수 있는 거고, 그 이하라면 고민을 해봐야 하는 거죠. 내가 어느 정도의 지배력을 가지고 있는지 따져 봐야죠. ‘이시우’라는 기획자가 컨텐츠 비즈니스에서 어느 정도의 비중이 있는지 항상 생각하고 고민해야죠.
양 브랜드가 단순히 상품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번 컬렉션 같은 경우는 옷보다는 브랜드의 무드나 터닝 포인트를 만드는 쇼로 기획했어요. 제가 직접 음악을 틀고 연주도 했었고. 옷을 자세하게 보는 컬렉션이라기보다 자기 정체성을 알리는 터닝 포인트로 기획했죠.
이 광고에도 그런 부분이 있어요. 새로운 무드나 스타일에 주목하지만, 결국 본질에 충실한 것. 이 친구의 컬렉션도 기본이 훌륭하니까 살짝 감춰도 소비자들이 본질을 알아보죠. 베이직한데 브랜드 본질이 살아 있으니까.
양 옷을 볼 때 컬러, 디자인, 패브릭이 중요한데 저는 실루엣을 가장 중요하게 봐요. 남성복은 라펠이 5도만 꺾여도 이상해 보이거든요. 모든 패턴을 저희가 다 뜨고 가봉도 해가면서 핏을 제일 중요하게 여기죠. 제일 인정받는 부분도 실루엣이고
이 우리나라의 컨텐츠 비즈니스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잖아요?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죠. 개인적인 생각으론 K-pop 같은 대중 상품의 끝에 패션이 있을 거에요. 아직 우리나라 패션이 세계 시장에서 스타를 만들어내지는 못했지만 ‘반달리스트’ 같은 독립 디자이너가 인정을 받으면 그때는 선진국이 되는 거죠.
양 패션에서도 글로벌 브랜드가 나왔으면 좋겠고, 그 중 한 명이 저였으면 좋겠어요. 예전에 초청 받아서 싱가폴에 컬렉션을 하러 갔었는데, 저를 알아보고 사인해달라 하고, 사진도 같이 찍자고 하더군요. 듣도보도 못한 해외 매거진에서 인터뷰 요청도 오고, 해외 바이어들이나 프레스도 ‘요즘 한국 디자인이 제일 핫한데, 왜 진출 안하냐? 빨리 시작해라’라는 말을 많이 해요. 제 생각에는 한 5년 안에 우리나라에서 글로벌 디자이너와 브랜드가 많이 나올 것 같아요. 그 중에 하나가 저였으면 좋겠고요.
이 광고업계도 그래요. 한 5년 전만 해도 한국 광고가 세계 무대에서 제대로 대접 받지 못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깐느에서 상도 받고 있잖아요. 저도 다음 세대나 다다음 세대에게 길을 알려주는 그런 일을 하고 싶어요. 후배들에게 우리나라 광고를 위해서 너희들이 잘 되어야 한다, 그런 이야기를 자주 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저부터 잘 되어야겠죠.
자신의 10~20년 후의 이상적인 모습은?
양 저는 최근 길에서 제 롤 모델을 봤어요. 네이비 블레이저에 흰색 데님을 입은 짧은 백발의 할아버지였는데, 그런 모습으로 나이 들고 싶다고 생각했죠. 나중에 기회가 되면 50대가 입을 만한 컬렉션을 만들어보고도 싶어요.
이 저는 카카오톡 프로필에 올려놓은 어느 노년의 커플 사진이 제 롤 모델이에요. 제 자신이 어떤 모습이라기보다는 파트너와 취향을 교감하면서 같은 모습으로 늙어가면 좋겠어요. 마치 가족이 한 브랜드처럼 보이는, 브랜드가 확장하는 모습처럼요.
디자이너 양희민(Vandalist)
2006년 ‘반달리스트 바이 반달’로 데뷔했다. 2009년에 일본에서 초청 패션쇼를 연 것을 시작으로 2010년에는 미국 뉴욕에서 캡슐 쇼에 참석했고, 2011년에는 ‘업&커밍 디자이너 인 뉴욕’에 선정되었다. 2012년에는 싱가폴 패션위크에 참석해 국내외에서 주목받는 패션 브랜드 ‘반달리스트’를 이끌고 있다. 자신이 즐기면서 만드는 옷이 트렌드가 되었으면 하는 포부를 갖고 있으며, 2집 앨범 출시를 눈 앞에 두고 있는 뮤지션이기도 하다.
제가 갖고 있지 못한 부분이 있는 친구이죠.
감각 있는 친구고. 패션 디자이너라고 하면 트렌드의
첨단에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기본적으로 자기 것을 하는
사람이라 의외로 편협할 수도 있거든요.
그런데 스스로를 업데이트 하는 것을 보면 정말 프로페셔널해
보여요. 옷도 음악도 관심사를 다양하게 두면서 주변에 영향을
미치죠. 그래서 이 사람의 미래가 궁금해져요.
디자이너 양희민이 AE 이시우에게
친구가 순수해요. 자기 것을 고수하려고만 하니까
안타까울 때도 있어요. 제 입장에서는 디자이너로 이런 강점을
가진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아니까 좀 더 비즈니스 감각을
갖추기를 바라죠. 또 이 친구는 자기 자신이 브랜드
그 자체잖아요? 자신의 퍼스널리티가 브랜드 그 자체거든요.
앞으로 10년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어떤 생각을 해야 하는지
하는 고민을 하면 훨씬 더 훌륭한 브랜드가 되지 않을까 해요.
그리고 잘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AE 이시우가 디자이너 양희민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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