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Creative] 때론 본질이 Benefit이 되고 본질이 콘셉트가 될 수 있는 것
신제품이 출시되어 오리엔테이션을 받았는데 기존의 제품과 크게 달라진 점이 피부에 와닿지 않을 때가 있다. 가끔 다른 기업의 이념과 본질적으로 차이가 나지 않는 비슷한 개념의 기업PR광고를 준비해야 할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크리에이터로서 어디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할지 난감하다.
차이가 나지 않는 특징을 어떻게 차별화해서 보여줄 수 있을까? 때론 본질에 충실하는 것도 훌륭한 답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느낀다. 가급적 많이 포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연상시킬 수 있도록 표현하되 표현의 디테일은 살리는 것!
그런 관점에서 몇 가지 크리에이티브물을 찾아보았다. 먼저 전화(통화) 광고이다.
Time Warner Cable ‘Enjoy Better’
스토리는 이렇다. 노부부 둘이서 테이블에 케이크를 올려놓고 미소를 주고받는다. 다정하지만 조금은 쓸쓸해 보이는 모습인데 그때, 따르릉 전화벨이 울리며 아무도 없던 식탁에 다른 가족들이 생겨나면서 축하를 해주는 모습이 보여진다. 다시 사라졌다가 전화벨이 울리면 아무도 없던 식탁에 다시 사람들이 생겨서 단란한 분위기로 바뀐다. 두 번째 장면은 외국으로 파병 나간 군인이 쓸쓸하게 혼자 숙소에서 책을 보고 있다. 그 때 전화벨이 울리면 아내와 아들이 생겨나고, 다시 사라졌다가 전화벨이 울리면 또다시 아내와 아들이 생겨난다. 세 번째 장면은 출장간 남편이 혼자 호텔방에서 짐을 풀고 있을 때 전화벨이 울리면 잠옷차림의 아내와 강아지가 침대 위에 앉았다가 다시 사라지고 전화벨이 울리면 다시 아내와 강아지가 침대 위에 앉아 남편을 쳐다보며 웃는 모습이 보여진다.
사실, 화상통화에 인터넷 기능을 가진 다재다능한 전화기 문화에 익숙한 우리들에게는 어쩌면 아날로그적인 서비스 광고로 보이긴 한다. 하지만 어쩌면 그래서 이 광고에 눈과 귀가 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 많이 들었던 전화 고유의 벨소리와 ‘음성 통화’를 강조한 스토리가 베이직하지만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시선과 귀를 집중시킨다.
혼자 생활하는 사람이나 가족과 떨어져 있는 사람에게 한 통의 전화는 함께 있는 것과 같은 가치가 있다는 내용을 전달하면서 아날로그적 벨소리에 맞춰 소중한 사람들이 생겼다 사라졌다 하는 단순한 아이디어로 쉽게 그 가치를 표현하고 있다. 구구절절 한 카피도 없다. 다만, 엔딩에 나오는 ‘The more you talk, The closer you are’ 뿐이다.
Lisbon Airport ‘Flyers choose Lisbon’
다음에 소개할 광고는 인쇄광고에서 찾았다.
리스본 에어포트 광고인데 헤드라인이 ‘Flyers choose Lisbon’이다.
필자가 본 것은 세 편인데, 그 중 두 편만 실어본다. 첫 번째 것은 ‘제비’ 편이고, 두 번째 것은 ‘황새’ 편이다. 날개를 가늘고 긴 라인으로 표현하고 그 끝에는 도시의 이름들이 적혀 있는데 가늘고 긴 라인은 매끄러운 활주로를 연상시킨다. 나는 리스본 에어포트를 이용해본 적은 없지만 왠지 깨끗할 것 같고 품위가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카피도 세계의 비행사들이 리스본을 선택한다니 왠지 신뢰가 간다. 그런데, 이 모든 나의 느낌은 접어두고 이 광고물을 소개하는 것은 비행 본연의 의미, 성격에 맞춰 제작한 광고라는 느낌을 받아서이다.
비행과 관련된 업을 ‘새’를 통해 표현하고, (어쩌면 여기까지는 있을 수 있겠다 싶지만) 새의 날개 부분을 이용하여 활주로를 연상시킴으로써 단순하지만 품위 있게 광고를 완성하고 있다.
나는 이 시리즈에서 ‘황새’ 편이 가장 마음에 드는데, 두 번째 ‘황새’ 편은 활짝 편 날개에 직선으로 곧고도 부드럽게 이어진 라인이 비행사가 아닌 나도 한번 착륙해보고 싶다는 욕망을 갖게 할 정도로 아름답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Brämhults ‘Drink more vegetables’
다음 마지막으로 소개할 광고는 야채음료 광고이다. ‘Drink more vegetables’라는 테마로 시리즈가 있는데, 그 중 두 편의 광고이다.
카피도 없다. 음료 패키지가 흙 속에 거꾸로 박혀있고 뚜껑에선 뿌리가 나오고 있고, 흙 표면으로는 줄기가 나와있다. 유기농을 연상시키는 생기 있는 흙의 질감과 뿌리가 마치 비트의 영양이 그대로, 당근 한 개의 영양이 통째로 응축되어 음료수 안에 들어가 있는 느낌을 준다. 100% 야채음료라는 말이 없더라도 그 이상으로 오버해서 기억하게 될 것 같다.
때론 백 마디의 말보다 많이 꾸미지 않은 본질 그대로의 이미지가 기억 속에 오래 남는다. 요즘 우리의 광고를 보면 참 내용이 많다.
카피도 많다. 처음부터 끝까지 내레이션이 쉬지 않고 나오는 것도 많다. 불경기라 그런지 조금이라도 더 많이 전하고 싶은 욕심이 보인다. 많은 이유들이 있겠지만, 역시 우리는 아직도 이미지로 소통하기보다는 말로 소통하는 것에 더 익숙해하고 편안해하는 것 같다.
홍경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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