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에 이어 이번 호에서도 사진과 저작권에 관한 내용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지난 호에서는 사진의 저작물성(창작성) 인정여부와 관련하여 사진저작물이 다른 저작물과 어떠한 차이점이 있는지, 그리고 사진이 저작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어떠한 부분을 충족해야만 하는지 및 사진의 저작물성을 인정한 판례와 부정한 판례를 각각 분석해 봄으로써 사진저작물성에 관한 법원의 시각을 대략적으로 살펴보았고, 이번 호에 서는 법인 등의 종업원이 사진을 촬영한 경우 당해 사진에 관한 저작권이 누구에게 귀속되는지에 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저작물은 인간의 사상이나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이므로 그 저작물에 관한 정신적인 창조활동을 실제로 담당한 자연인(법인과 구별)만이 그 저작물의 저작자가 될 수 있는 것이 원칙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저작권법에서는 업무상저작물과 관련하여 당해 저작물을 창작함에 있어서 정신적인 창조활동을 직접적으로 담당하지 않은 법인·단체 및 그 밖의 사용자(이하 ‘법인 등’이라 한다)를 ‘업무상저작물’의 저작자로 규정함으로써 저작권제도의 전반을 관통하는 대원칙에 대하여 중대한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우리 광고제작사만 보더라도 당해 광고제작사에 소속된 직원들에 의하여 촬영된 사진 등이 편집 등의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광고에 실리게 되는데, 이와 같은 사진 등의 원시적인 저작자가 누구인지 또는 그 연장선상에서 그와 같은 사진 등을 재사용하는 경우 누구의 허락을 받아 사용해야만 하는지에 관하여 명확하게 알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따라서 이번 호에서는 법인 등의 종업원에 의해 업무상 촬영된 사진의 경우 그 저작자가 과연 누구인지 등에 관하여 간략하게 살펴본 후 ‘업무상저작물’에 관해서는 차후 별도로 상세하게 알아보도록 하겠다.
엄무상 저작물의 저작자 등
‘업무상저작물’이란 법인·단체 그 밖의 사용자의 기획 하에 법인 등의 업무에 종사하는 자가 업무상 작성하는 저작물을 말하는 것이고(저작권 법 제2조 제31호), 그 업무상저작물의 저작자가 누구인가에 관하여는 저작권법 제9조에서 “법인 등의 명의로 공표되는 업무상저작물의 저작자는 계약 또는 근무규칙 등에 다른 정함이 없는 때에는 그 법인 등이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즉, 법인 등에 종사하는 자가 업무상 작성하는 저작물을 업무상저작물이라고 하며, 업무상저작물이 저작권법 제9조의 요건을 충족시키는 경우에는 법인 등이 그 업무상저작물의 저작자가 되는 것이다.
<판례>
A는 1970년대에 B신문사에 재직하면서 그 당시의 시대상을 담은 사진 2장을 촬영(이하 ‘이 사건 사진’이라 한다)하게 되었는데, 이사건 사진이 B신문사 명의로 공표된 적은 없었고, 그 후 1990년대에 발간된 A의 사진집에 실리게 되었다. 그런데 시대적 상황을 반영하는 사진들을 수집하는 일을 하는 단체 C는 이 사건 사진의 영상을 디지털 영상으로 전환하여 그 전체적인 크기를 일정 비율로 축소하고 사진의 위·아래 부분과 좌·우 부분을 모두 일정 간격 삭제한 영상을 C가 운영·관리하는 웹사이트에 실으면서 이 사건 사진의 저작자가 A임을 알 수 있는 어떠한 표시도 하지 않음으로써 A의 사진저작권 침해여부가 문제되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먼저 시대상을 반영하는 사진에 불과한 이 사건 사진이 과연 저작물성이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판단하였다. “1970년의 일상적인 생활상을 현장감을 살려 매우 사실적으로 표현된 것이지만, 그 촬영 대상물 자체만을 충실하게 표현하여 실용적인 목적을 달성하고자 촬영된 것이 아니고 그 시대에 대한 A의 관점을 가지고 일상적이면서도 그 시대만의 특유하였던 생활상을 순간적으로 포착하여 촬영한 것으로서 피사체의 선정, 구도의 설정, 카메라의 각도 등에 A만의 발상과 개성이 표현되어 있다”라고 설시하면서 “A의 이 사건 사진은 A의 사상과 감정을 창작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저작물성을 가진다”고 판단 하였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07. 5. 3. 선고 2005가합64823 판결).
이에 대하여 C는 이 사건 사진의 저작물성은 인정하나, 애초에 이 사건 사진이 A가 B신문사에 재직할 당시에 촬영한 사진인 만큼 이는 업무상 저작물에 해당되므로 이 사건 사진의 저작자는 A가 아닌 B신문사라고 주장하였다. 이에 관하여 법원은 “A가 B신문사에 사진기자로 재직할 당시에 이 사건 사진들을 직접 촬영하였지만 B신문사에 게재되거나 B신문사 명의로 공표된 적이 없으므로 업무상저작물이 아니므로 그 저작자는 A로 인정할 수 있다”라고 설시하고 있다.
하지만 위 판례는 업무상저작물의 저작자에 관한 저작권법 제9조의 규정이 개정되기 전에 있었던 사안이었으므로, 그 개정이 있은 현재의 규정에 의하면 공표되지 않은 저작물도 업무상 저작물에 해당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즉 개정 전 저작권법 제9조에서는 “공표된 것”이라고 규정됨으로써 미 공표된 저작물을 업무상저작물로 취급할 것인지에 관한 논란의 여지를 남겨 두었으나, 개정 후 저작권법 제9조에서는 위와 같은 논란을 고려하여 “공표된”을 “공표되는”으로 법문이 수정됨으로써 법인 등이 공표를 예정하고 있었으나 공표하지 않은 저작물에 대하여도 그 저작자를 법인 등으로 보도록 규정하게 되었다.
따라서 법인 등에 소속된 종업원이 순수한 개인적인 차원에서 촬영한 사진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그의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촬영한 사진이라면, 그것이 공표되었는지와는 무관하게 업무상저작물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므로 법인 등이 저작자인 당해 사진저작물을 추후에 제3자(당해 사진을 촬영한 사진기자를 포함)가 이를 사용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법인 등에게 그에 관한 이용허락 등을 받아야 하며,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저작권 침해문제가 야기될 수 있음을 유념하여야 한다.
또한 위 판례사안에서 법원은 업무상저작물에 관한 위와 같은 판시 이외에도 C가 이 사건 사진을 디지털영상으로 전환하여 C의 웹사이트에 게재한 것이 이 사건 사진을 복제한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관련해서는, “C가 A의 사진저작물을 이용하여 C의 웹사이트에 게재한 영상은 A의 이 사건 사진과 비교해 볼 때 그 전체적인 크기가 일정 비율로 축소되고 외곽의 일정 부분이 삭제되기는 하였으나 그 영상이 실질적으로 유사한 범위 내에 있으므로, C의 사진들은 A의 이 사건 사진의 복제물로 인정된다”라고 설시하면서 사진 자체의 단순 복제가 아닌 사진을 디지털영상으로 전환하면서 일정 부분 삭제한 것에 대하여도 실질적 부분이 유사한 범위 내에 있는 경우에는 그 또한 복제에 해당한다고 판단함은 물론, “C가 그의 웹사이트에 이 사건 사진 중 2장의 사진을 게재함에 있어 A가 그 사진들의 저작자임을 알 수 있는 어떠한 표시도 하지 않았고, 사진 외곽의 일부를 삭제함으로써 그 사진의 형식을 변경 및 A가 부여한 제호를 변경하였으므로, C는 이에 관하여 A의 저작인격권 중 성명표시권과 동일성유지권을 침해하였다”고 판단함으로써, 이 사건 사진 중 C의 웹사이트에 게재한 2장의 사진에 대하여 A의 저작인격권 침해를 인정하기도 했다.
당해 저작물이 업무상저작물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계약 또는 근무규칙에 저작자에 관한 다른 정함이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법인 등과 실제 저작자 사이에 실질적인 지휘·감독관계 여부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즉, 법인 등과 실제 저작자(촬영자) 사이의 관계가 위탁관계인지 아니면 고용관계인지 여부에 따라 당해 저작물이 업무상저작물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결정된다고 할 수 있는데, 이에 대하여는 일률적으로 판단할 것은 아니고 일방 당사자가 타방 당사자를 실질적으로 지휘·감독을 할 만한 지위에 있는지 여부 등 여러사정을 종합하여 전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위탁관계시 저작권 귀속에 관해서는 아래 사례를 통해 간략하게 살펴보도록 하자
A잡지사는 특별기획으로 ‘아름다운 순간’이라는 특집기사를 싣기로 하고, 사진작가 B에게 사진촬영을 위탁하면서 그에 관한 위탁 계약을 구두로 체결하였다. 이후 B의 사진 수 십장이 실린 A 잡지사의 월간잡지가 발행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아름다운 순간’이라는 제목의 위 사진들이 뜨거운 호응을 얻게 되었다. 이에 A잡지사는 B가 찍은 위 수 십장의 사진들을 가지고 사진작품전을 열려고 하였으나, B가 이를 허락해 주지 않은 경우에 A잡지사는 위 사진들이 업무상저작물이라고 주장하면서 사진전시회를 열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되었다.
사례의 경우 A잡지사와 B의 관계는 위탁관계에 해당하므로 사진의 저작권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B가 가진다 할 것이다. A잡지사와 B간에 이루어진 위탁계약의 내용은 ‘아름다운 순간’이라는 제목에 걸맞는 사진을 찍어 A잡지사의 월간잡지에 1회에 한하여 싣기 위한 것이었을 뿐, 위 사진을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거나 이를 인터넷 등을 통해 유포할 수 있다는 별도의 합의를 하지는 않았다. 따라서 A잡지사가 B의 사진을 이용하여 사진작품전을 열기 위해서는 B의 동의를 별도로 얻어야만 하는 것이고, 만일 A잡지사가 B의 동의를 얻지 않은 채 작품전시회를 열었다면 A잡지사는 B의 저작권을 침해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법인 등과 실제 저작자 사이의 관계가 고용관계에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라면 당해 저작물에 대한 저작자는 법인 등이 되는 것이지만, 그렇지 않고 위탁관계에 있는 경우(전문 사진작가에 의뢰한 경우)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저작물에 대한 저작자는 실제 위탁을 받아 저작한 자(수탁자)가 되는 것이므로, 위탁계약을 체결할 때는 향후 발생할지 모를 법적 분쟁을 방지하기 위하여 구두계약 보다는 서면계약에 의하되, 위탁자의 입장에서는 위탁계약을 체결할 당시 위탁자가 그 사진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는 범위(온라인 이용 및 2차적 이용 등)에 관하여 명확하게 해 둘 필요가 있다.
광고제작에 있어서 사진의 활용은 그 어느 콘텐츠보다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고, 따라서 사진에 관한 저작권 귀속문제와 그것의 2차적 사용여부 등에 관해서는 사전에 반드시 명확하게 해둘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요즘의 날씨만큼이나 우리 사회도 모든 분야에 있어서 변화와 진보를 거듭하고 있다. 이에 우리 광고업계도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맞추어 한층 더 진일보하기 위해서는 구태의연한 관행은 과감히 버리고, 이를 대신할 수 있는 보다 투명하고 명확한 제도적 장치의 마련이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이에 필자는 광고업계의 모든 관계인들과 더불어 우리 광고가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로 뻗어 나갈 수 있는 원동력을 마련하는데 미력한 힘이나마 보탤 수 있도록 우리 광고업계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경주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