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인터넷 서비스가 시작되고 1995년 한글 웹브라우저가 등장과 함께 대한민국은 본격적으로 디지털 세상에 동참하게된다. 그로부터 15년, 대한민국은 참으로 많이 변했다. 집집마다 인터넷이 안되는 곳은 거의 없으며 개인 휴대폰을 지니고 있는 어린 아이들도 많이 보일 정도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은 진정한 디지털 생활화를 이룬 것일까?
글 ㅣ 최은실 프로 (커뮤니케이션연구소)
디지털 기술은 변화·진화하였고, 그에 따라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도 변화했다. 디지털 세상이 펼쳐진 지 15년이 지난 2010년, 대한민국의 디지털 라이프를 점검하고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알아보았다.
일부 지역에 국한된 것이 아닌 대한민국 전체의 디지털 라이프를 파악하기 위해서 제일기획 커뮤니케이션연구소에서 매년 실시하는 전국 규모의 조사인 ACR(Annual Consumer Research)을 활용하였다. 따라서 ACR 조사에 디지털 라이프 섹션을 추가 및 보강하였으며, 이를 활용 분석하여 <2010년 대한민국 디지털 라이프> 보고서를 발간하게 되었다. 이제부터 보고서의 주요 내용인 대한민국 디지털 라이프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자.
대한민국 디지털 지수
대한민국이 얼마나 디지털화 되었는지 파악하기 위해서 어떤 방법이 좋을까? 한 눈에 대한민국 디지털화를 살펴보기 위해 본 보고서에서는 디지털 생활 지수를 산출하여 대한민국의 디지털 생활화를 측정하였다. 디지털 생활 지수는 디지털 행동(Digital Act)인 디지털 활용 지수와 디지털 태도(Digital Mind) 측면인 디지털 밀착 지수로 나눠 종합 분석하였다. 디지털 기기와 디지털 서비스를 다양하게 활용하면서 디지털에 대해 심도있게 밀착되어 있는 사람이 가장 디지털화되었다는 기준(폭넓고 x 깊이 있게)에서 산출된 지수다(그림 1).
행동적 측면의 디지털 활용 지수는 얼마나 다양하게 디지털 기기와 디지털 서비스를 활용하느냐를 기준으로 산출하였다. ①대한민국에서 대중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디지털 기기 열한 개와 ② ‘커뮤니케이션’ ‘정보’ ‘상거래’ ‘엔터테인먼트’ ‘교육’ 등 다섯 개로 규정한 각 영역 내 대표적인 디지털 서비스 열일곱 개가 각각 그 기준이다. 이는 객관적으로 보유하고 이용하고 있는 현상을 반영한 지수 산출 방법이다(그림 2).
태도적 측면의 디지털 밀착 지수는 얼마나 디지털에 대해 느끼는 친근감·의존도, 능숙도를 기준으로 측정하였다. 친숙도·의존도·능숙도 각각 세 개의 문항, 총 아홉 개의 항목을 5점 척도 기준으로 소비자가 직접 평가한 지수이다. 이는 소비자의 직접적이고 주관적인 태도 평가를 반영한 지수 산출 방법이다(그림 3).
대한민국은 얼마나 디지털화 되었는가?
디지털 생활 지수를 100점으로 환산해 분석한 결과, 2010년 대한민국 디지털 생활 지수는 46.5점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들의 디지털 밀착 지수는 50.8에 달했으나, 디지털 활용 지수는 42.2점에 머물고 있어 대한민국 소비자의 디지털 활용 지수와 밀착 지수 간의 점수 차가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디지털 기기나 서비스를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는 것보다 심리적으로 디지털에 느끼는 친밀감이 더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그림 4).
대한민국 소비자들은 지난 15년 동안 디지털을 많이 접하고, 이제는 항상 휴대폰과컴퓨터를이용하고있어, 디지털을친숙하게느끼는것으로나타났다. ‘새로 나온 첨단 기기에 대해 특별한 거부감이 없다’의 긍정 답변율은 44.8%로 ‘디지털기기를 이용하는 것은 재미있다’는 응답률도 44.8%로 디지털 기기에 대한 친숙함은 높아 디지털에 대한 수용도가 높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익숙하고 친숙한 디지털은 디지털 밀착 지수가 높은 원인으로 분석된다(그림 5).
반면, 디지털 활용 지수는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는데, 이는 디지털 기기의 다양성 부족에서 기인한 것으로 분석됐다. 대한민국 소비자들이 보유한 디지털 기기 수는 평균 4.5개이며, 주로 이용하는 디지털 기기는 휴대폰과 데스크탑 컴퓨터로, 다른 기기보다 이 두 기기에 집중하여 이용하고 있다.
이러한 특정 디지털 기기에 대한 쏠림 현상은 그 동안 대한민국 디지털 생활화를 다소 과장되게 인식하게 한 원인이 되었던 것으로 보이며 실제 다양한 기기의 활용성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이용하고 있는 디지털 서비스 수는 평균 8.2개로 다양하게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폭넓게 분포되어 있다. 즉, 대한민국 소비자들은 디지털 기기를 많이 이용하기보다 디지털 서비스를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그림 6).
이런 태도적 측면인 디지털 밀착 지수가 행동적 측면인 활용 지수보다 선행하고 있음은, 향후 대한민국 디지털화의 확산을 전할 수 있게 한다. 지금까지 발전하고 진화된 디지털 기기의 확산으로 인해 디지털화가 진행되었다면, 이제는 거부감이 많이 사라지고 친숙해진 디지털로 인해 디지털 행동이 디지털 마음을 뒤쫓아 디지털 생활화가 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뿐만 아니라 디지털 생활 지수와 디지털 기기·서비스 간의 관계를 분석해 본 결과, 디지털 서비스의 다양성이 기기의 다양성보다 디지털 생활 지수에 더 큰 영향을 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결국, 디지털 생활화를 진행시킬 수 있는 방법은 디지털 서비스·콘텐츠에 달려있다고 해석할 수있다(그림 7, 8).
디지털 생활인은 누구인가?
본 보고서에서 디지털 밀착 지수와 디지털 활용 지수가 모두 평균 이상인 사람을 디지털 생활인으로 규정했다(그림 9). 이들은 디지털 기기 및 디지털 서비스를 다양하게 활용하며, 디지털에 대한 친숙도·의존도·능숙도가 높은 사람들이다. 대한민국 13~49세의 30.1%를 차지하며 남성이 여성보다 많고, 20대가 49.5%를 차지했다(그림 10).
(1) 디지털 활용상
대한민국 평균 소비자 대비 좀 더 디지털이 생활 깊이 자리하고 있는 디지털 생활인의 디지털 활용상은 좀 달라 보인다. 보유하고 있는 디지털 기기의 수보다 사용하고 있는 디지털 서비스의 개수와 시간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보유하고 있는 디지털 기기는 평균 5.6개로 대한민국 전체 평균 대비 한 개 더 많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디지털 생활인이 디지털 기기를 이용하는 시간은 1일 기준 총 8시간 37분으로 전체 평균보다 140분이나 많이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용 디지털 서비스는 일일 평균 11.9개로 전체 평균 대비 세 개 더 많게 나타났다. 디지털 서비스를 다양하게 활용할 뿐 아니라 서비스를 더 자주 이용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데, 전체 평균 대비 11회 정도 더 자주 이용하고 있다(그림 11, 12). 디지털 생활인은 인터넷 예매 등 여러 활동을 인터넷 및 디지털 기기를 통해 이용하는 경향이 높게 나타났다(그림 13).
즉, 생활 전반에 걸쳐 디지털 서비스를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다. 결국 디지털 생활인은 다양한 디지털 기기를 보유한다기보다 보유한 디지털 기기를 통해 다양한 서비스를 즐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대한민국 디지털 라이프의 점유율은 디지털 기기의 수보다 디지털 서비스의 다양성과 그에 대한 집중도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디지털 서비스에 더 민감한 디지털 생활인의 라이프스타일 특징은 무엇일까?
(2) 라이프스타일 특징
디지털 생활인은 다양한 측면에서 모험적이고 위험을 감수하는 성향(Risktaking)이 있으며 다양한 삶의 영역에서 개방적인 글로벌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 이들은 자기 표현에 매우 적극적이며, 사회참여 의향도 높은 수준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모에 대해서는 단순한 관심을 넘어 적극적으로 자신을 관리하는 경향도 강하게 나타났다. 이들은 쇼핑을 즐기는 경향이 강하다. 윈도우쇼핑(Window Shopping), 세일 등에 민감하며, 브랜드 가치를 중시하며 브랜드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그러나, 이들은 구매에는 신중함을 보인다. 구매 전 주변사람들의 추천, 인터넷 제품 이용후기, 파워블로거 등의 영향을 많이 받으며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고 꼼꼼히 평가하기 때문이다(그림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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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디지털 서비스의 현재와 미래
먼저, 2010년 대한민국 소비자들이 어떻게 디지털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지 정보 탐색·상거래·커뮤니케이션·엔터테인먼트·교육 측면에서 살펴본 후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예측해 보았다.
(1) 디지털 서비스 생활화 속도는 정보의 디지털화가 1위
대한민국 소비자들에게 검색·정보 탐색은 이미 익숙하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바로인터넷을검색을검색한다’고응답한소비자가45.5%에달하고,‘ 인터넷을 통해 요리 정보를 보고 음식을 하거나, 물건을 만들어 본 적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도 36.0%일 정도로 대한민국 소비자들은 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탐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그림 15).
대한민국 소비자 라이프의 디지털화 속도를 정보·탐색·상거래·커뮤니케이션·엔터테인먼트·교육으로 나누어 각 카테고리별로 소비자들이 인지하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비중을 기준으로 살펴보았다. 그 결과, 현재 대한민국은 정보 탐색 > 커뮤니케이션·엔터테인먼트 > 상거래 > 교육 순으로 디지털화되어 가고 있다.
‘실리’ 추구가 강한 대한민국의 디지털 라이프 특성이 ‘집단지성’의 부각과 함께 ‘정보 획득’부분의 디지털화를 가속화 시킨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넘치는 정보를 선별하여 각 개인의 필요에 맞는 최적화된 정보 제공 시스템이 정착된다면 정보화 부분에서의 디지털화는 점차 오프라인 부분의 서비스들을 더 큰 폭으로 대체하며 지속적으로 확산되어 갈 것으로 보인다.
(2) 디지털 상거래, 심리적 장벽 낮아 확산 가속화 전망
디지털 상거래도 이용이 확산된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 쇼핑을 이용한 비율은 69.0% 육박하고 있으며, 인터넷 금융 서비스 이용률도 32.4%이다. 휴대폰으로 계산·결제하는 것에 대한 불안감도 낮은 것으로 나타나(41.2%), 디지털 상거래에 대한 심리적 장벽이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인터넷 쇼핑 및 인터넷 뱅킹의 학습효과를 바탕으로 모바일 상거래에 대한 대한민국 소비자들의 심리적 장벽이 낮아졌으며 특히 40대의 심리적 저항감이 적다. 따라서 향후 스마트폰 보급 및 관련 관련 서비스들의 다양한 개발과 함께 모바일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 상거래의 생활화는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림 16, 17).
(3) 오프라인과의 공조 속에서 더 짧고 더 오래 이어지는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대한민국 소비자들은 음성통화보다 문자, 글 위주의 반복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97.9%라는 높은 이용률을 자랑하는 국민 서비스는 ‘휴대폰 메시지·MMS’로, 단지 이용자들의 폭이 넓을 뿐 아니라 하루에도 평균 13회가 넘게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그림 18).
이렇게 ‘말보다 글’이 더 편하다고 하는 대한민국 디지털 세대들에게 있어 ‘글’은 아날로그 시대의 정성스레 작성한 완성된 글이 아닌 말보다 쉽고 간단하게 주고받을 수 있는 연속적이고 미완결적인 글이다. 내용의 깊이보다 주고받는 빈도를 통해 관계를 가늠하는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이기에 오프라인 모임을 통한 관계의 강화는 대체될 수 없는 요소다. 이에 따라 커뮤니케이션 생활에서의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비중은 각각의 영역을 유지하며 공존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관계의 ‘확장’측면에서는 온라인의 역할이,‘ 강화’측면에서는 오프라인의 역할이 조금 더 비중을 더하지 않을까 예측해 본다.
(4) 디지털=놀이터, 새로운 시각의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요구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서비스는 아직 사용자 대부분이 젊은 연령층에 집중되어 있었다. 가장 많이 이용하는 것은 ‘음악(MP3)듣기 또는 다운로드’로 전체의 56% 가 이용하며, 이용횟수는 주당 약 5회 정도로 나타났다. 그리고 ‘동영상 보기·다운로드’와‘게임 다운로드 및 실시간 게임’이 그 뒤를 따랐다(그림 19).
세대별 이용률은 게임의 경우 1318세대가, 음악과 동영상은 1924세대의 이용률이 다른 세대보다 높게 나타났다(그림 20). 젊은 세대의 생활에서 디지털 엔터테인먼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고 앞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뿐만 아니라 싱글족이 증가하고 스마트한 기기로 무장한 3,40대가 증가하면서 이들의 흥미를 자아낼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만 마련된다면 디지털 엔터테인먼트는 더는 젊은 세대의 전유물이 아닌 전 연령층의 중요한 여가 활동으로 자리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대한민국 디지털 라이프 점유율을 높이는 핵심 영역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다.
(5) 보완제로서 성장할 디지털 교육
디지털 교육서비스의 대표 주자는‘인터넷 강의’다. 인터넷 강의는 현재 국민의 21.9%가 이용하면서 학생들의 사교육 대안 및 직장인들의 평생교육을 위한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그림 21). 현재 온라인 비중이 31.7%로써 인터넷 서비스 중 온라인 비중이 가장 낮은 서비스이기도 하다.
교육의 디지털화는 아직은 더딘 편이지만 평생 교육을 지향하는 현대인들의 교육 요구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입시교육 콘텐츠를 넘어 중년층의 자기계발을 위한 콘텐츠 등이 더욱 다양하게 개발될 가능성이 높다. 지속적인 자기계발 인식은 언제 어디서든 편리한 시간에 원하는 콘텐츠에 접속할 수 있는 디지털 기기의 발달과 함께 디지털 교육 확산의 중요한 요소로 자리할 것으로 전망되며, 이를 공략한 다양하고 세분화된 교육 콘텐츠의 개발이 향후 디지털 교육 생활화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한 디지털 기기를 넘어 와이즈한 디지털 서비스·콘텐츠로
지금까지 대한민국 기업들은 주로 스마트한 기기를 만드는 것에 집중해왔고, 기기를 통해 소비자의 삶을 디지털화 시키고자 하였다. 하지만 앞으로 펼쳐질 디지털 2기는 생활의 시대로서, 대한민국 디지털 라이프는 디지털 문화에 친근함을 느끼며 적극적 태도로 열려있는 소비자들이 다양한 서비스와 콘텐츠를 수용하며 확산되어 나갈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소비자들에게 스마트(Smart)한 기기를 넘어 와이즈(Wise)한 디지털 서비스와 콘텐츠를 통해 소비자와 함께 디지털 라이프를 펼쳐나가고자 하는 접근이, 앞으로의 대한민국 소비자들의 디지털 라이프 점유율을 높이는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