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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ㅣ 박윤진(크리에이티브솔루션1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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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맥주 캔과 깨진 사랑은 가까운 쓰레기통으로(산토리 맥주)’, 저 한 줄의 카피에 담긴 고독, 연민, 쓸쓸함…. 유통 기한이 끝난 사랑만큼 쓸쓸한 게 또 있다면 제 무게를 잃은 빈 술 병이 아닐까?
술에는 사람의 이야기가 있다. 죽일 놈의 사랑 때문에 모래밭에 소주 댓 병을 꽂아놓고 마시던 친구의 이야기가 있고, 홀로 술잔을 기울이던 아버지의 뒷모습이 있고, 철지난 TV 영화를 보며 달빛 벗 삼아 홀짝이던 어른의 순간도 있다.
술 한 병, 딱 한 뼘 크기의 병 안에는 외로움, 행복, 그리움, 고뇌, 위로 등 수많은 술회가 배합되어 있는 것이다. 인간이 만든 가장 매력적인 존재, 술. 한 해의 끝을 향해가는 이맘때쯤 술잔 기울이며 마음을 나누고 싶은 누군가가 그리워지지 않는가.
술 예찬은 이쯤에서 그만 접고 그간 이 글을 읽어준 분들에게 마지막 잔을 청하는 마음과 함께 술과 관련된 광고들을 모둠 안주로 대접할까 한다.
광고1. 지구촌 어디나 술 마시면 똑같다
금요일 오후 일하는 사람은 4%, 일하는 척하는 사람은 96%, 밸런타인데이에 새로운 연인을 찾아 나선 사람들의 78% 중 100%가 그들의 옛 연인에게 전화를 하며 하루를 끝낸다. 밤으로 갈수록 사람들의 78%는 했던 말을 또 하고 했던 말 또 하고…. 분명 다른 나라 광고인데 듣는 순간 머릿속에 그려지는 이 낯익은 풍경!
사람 사는 곳 거기가 거기라더니, 주사도 만국 공통어인 걸까? 밤은 우리의 것이라고 자신만만하게 말하는 빈보아 보드카는 금요일 오후면 술 약속 잡느라 머리 굴리고, 술에 취해 옛사랑에게 유턴하고, 레코드판 튀듯 자기 얘기하길 좋아하는 사람들의 유형을 심플한 아트워크와 카피로 표현했다. 터키의 라피네리(Rafineri)라는 대행사의 작품.
광고2. Absolut, Absolut! 앱솔루트 보드카 광고
결코 변치 않으면서도 늘 변화한다. 모든 브랜드가 꾸는 영원불멸의 꿈이 아닐까? 브랜드의 근간이 되는 철학과 비주얼 코드를 지키면서도 늘 새로운 시도를 잊지 않는 앱솔루트 보드카 광고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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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결하지만 임팩트있는 비주얼, 수십 년간 인쇄광고만으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해온 뚝심 있는 브랜드 앱솔루트 보드카. 앱솔루트 광고 모음 책을 소장할 정도로 필자도 이 광고에 열광하는 한 사람이며, 이 광고만 몇 십 년째 컬렉팅하는 웹사이트도 있을 정도니, 이 정도면 앱솔루트 광고는 그야말로 광고를 뛰어넘은 하나의 문화 아이콘이 아닐까 싶다.
끊임없는 예술가들과의 협업은 물론, 최근 예술적이고 독창적인 광고사진으로 또 한 번 소비자를 매료시킨 브랜드 중의 브랜드. 천사 같은 순수의 완벽함을 보여준 ‘앱솔루트 퍼펙션 편’은 1980년, 무려 30년 전의 광고지만 지금 봐도 촌스럽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그 후 도시 연작 캠페인에 등장한 ‘앱솔루트 서울 편’. 하늘에 날린 연 속에 자연스럽게 드러난 앱솔루트 병 모양이 아름답다. 각국의 TBWA가
이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광고3. 등장하자마자 트위터를 휩쓴 히트 캠페인
지친 한 주를 끝낸 금요일 밤, 시끌벅적한 바에 가서 친구들과 맥주 한 잔 나누고 싶은 남자. 그런데 문제는 여자친구다. 남친이 친구들과 바에 가는 것을 끔찍이 싫어하는 그녀. 방법이 없을까? 남자들의 작지만 결코 작지 않은 이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한 맥주가 행동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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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안디나 지역의 No.1인 맥주 브랜드 안데스(Andes)는 혁명에 가까운 발명품을 개발했다. 이름 하여 텔레트랜스포터(Teletransporter, 순간 이동 장치). 활용법은 이렇다. 친구들과 바에서 즐거운 한때를 보내는 남자, 핫 ! 여친 번호가 찍힌 전화가 온다. 다급히 안데스 텔레트랜스포터 부스를 찾은 남자. 부스 안은 완벽한 방음 장치로 적막할 정도다. 원하는 환경 메뉴에서 병원을 누르자 마치 중환자실에 있는 듯한 배경음과 기계음이 깔리고….
“어, 나… 지금 병원이야.”
거짓말은 완벽하게 성공! 전화를 끊고 부스를 나오는 남자, 나라를 구한들 저리 만족한 얼굴일까. 아르헨티나 곳곳에 세워져 남자들에게 잔잔한 맥주 타임을 선물한 이 캠페인은 광고를 기획한 사치앤사치에게 2010 칸 국제광고제 아웃도어 부문 그랑프리를 순간 이동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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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자리에 가면 꼭 흥 깨는 사람이 있게 마련. 이달의 광고도 술 맛 깨는 광고로 마무리해볼까 한다. 뭐든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고 하지 않는가. 알코올 좋다고 매일 와인 마개 돌려대다 편안히 눈 감는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경고의 광고다.
참고로 슬로바키아어로 쓴 슬로건 중 암을 뜻하는 단어 ‘rakovina’에는 실수를 뜻하는 단어 ‘vina’가 들어 있다고 한다. ‘술? 너의 실수가 될걸!(Alcohol? It will be your fault!)’. 카피가 생뚱맞다 했더니 이런 언어 유희가 숨어 있었다. 슬로바키아의 소피안이라는 광고회사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