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화 프로 (The SOUTH 4 팀장)
타고난 낙천적 해결사
아마도 광고 제작의 매력이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제일러들의 대답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제작의 결과 물이 미디어를 통해 전해지는 것을 지켜볼 때, 광고주의 문제를 시원히 해결했을 때 느끼는 쾌감.
정원화 프로 역시 그 순간 최고의 매력을 맛본다.
그리고 그 이전에 기획서를 작성하고 프레젠테이션 준비를 마쳤을 때 느끼는 카타르시스는 작업 과정의 모든 고충마저 잊게 만든다.
AE는 광고회사의 꽃이라 일컬어지지만, 피어나기 위한 과정에는 예상치 못한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정원화 프로는 말한다. AE는 해결사라고.
그런 그녀가 최근 캐리비안베이 캠페인을 제작하면서, 영 마케팅을 내세워 뮤직비디오를 만들었다.
주인공은 우리나라 최고의 아이돌 그룹인 소녀시대와 2PM. 멤버들의 일정 조정을 거치는 것조차 힘든데, 간신히 촬영 날짜를 정하고 나면 때맞춰 하늘이 심술을 부려 비를 쏟았다.
발을 동동 구르는 날들이었다. 하지만 긍정의 힘으로 무장한 그녀의 배포는 해결사로서의 가장 큰 무기였다.
“해결하라고 터지는 게 사건, 사고 아니겠어요? 일이 터질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은 시시때때로 다가오죠. 하지만 다 잘 해결될 거라는 낙천적인 믿음과 창의적으로 문제의 돌파구를 찾아내면 항상 좋은 결과가 보답을 해주더라고요.”
우여곡절 끝에 찍었던 뮤직비디오는 현재 1100만의 조회수를 넘겨 콘텐츠 마케팅으로는 신기록을 세웠다.
본격적인 여름이 되어 입장객 목표를 달성한 뒤엔 진정으로 웃을 수 있을 거라고, 그것이 가능해질 거라고, 또 한 번 그녀는 자신과 일을 긍정한다.
‘흥(興)’을 돋우는 광고매체의 발견
2007년, 정원화 프로는 입사하자마자 휴대폰의 이름을 만들어야 했다. 이미 시안은 개발 중이었다.
“그 때 제 눈에 띈 게 미니스커트였어요. 휴대폰 역시 옷 만큼이나 패셔너블한 소재이니 트렌드로 자리잡은 미니스커트를 이름으로 써도 괜찮겠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광고 안에서, 하고 있는 일의 틀 안에서만 집착하기보다 다양한 시각과 각도에서 세상을 관찰할 때야 비로소 신선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
누구나 알지만 간과하게 되는 이 진리를 새삼 깨달은 그녀의 다음 행보는 새로운 광고매체의 개발이었다.
'Talk Play Love’캠페인을 맡게 되면서 감각적인 10~20대와 소통할 수 있는 매체를 찾기 위해 고민을 거듭했다.
어떻게 하면 그들의 일상에 가까이 다가 갈 수 있을까?
수없는 질문의 시간은 문구, 액세서리 회사와의 제휴를 통해 이를 애니콜의 매체로 활용하는 신선한 결과로 이어졌다.
다이어리에 일상을 메모하면서, 핸드백 속에 언제나 들어있는 파우치를 열고 닫을 때마다, 즐겁고 산뜻하게 애니콜을 떠올릴 수 있게 한 것이다.
문구류의 판매·디스플레이 매대를 하나의 매체로 보고 접근했던 것이 주효했다.
더불어 대형 백화점과의 제휴로 ‘Talk Play Love’ 라는 타이틀의 공동 자선 바자회를 실시하여 백화점 외벽과 벤치에 슬로건을 노출시킬 수 있었다.
이 같은 매체의 새로운 발견은 일상 속에서 제품의 이미지를 시각적으로 즐길 수 있는 장(場)을 만드는 일이기도 했다.
“그 광고를 만들 때는 정말 흥에 겨워 일했어요. 사고의 전환을 통해 새로운 발견을 하고, 이를 실행에 옮기는 과정 모두가 즐거웠죠.
또 광고주와 제작 스태프와의 팀워크도 최고였다고 할 만큼 좋았어요.
결국 과정이 좋으면 그 흥이 소비자에게도 가 닿는 것 아닐까요?”
멘토로서의 엄마, 멘토로서의 리더 정원화 프로는 두 아들의 엄마이기도 하다.
아이들이 어릴 때에는 육아에만 최선을 다하면 됐다.
물론 그 자체도 쉽지 않았지만 열한 살인 첫째가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고민이 더욱 깊어졌다.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주는 일, 그러니까 정신적 교류가 더 중요해진 것이다.
이는 올해 팀장이 된 후 후배들과의 관계 속에서 느끼는 고민과 일맥상통하는 일이었다.
그들이 자신을 통해 비전을 찾고 일에 대한 보람을 키워가도록 도움을 주어야 한다고 항상 다짐하지만, 아직은 부족한 면이 많다고 겸손해 한다.
“AE는 특성상 외부에 나가서 상처를 받는 일도 많아요. 그러다보니 후배들의 정서 또한 돌보아주어야 하지요.
요즘은 심리에 대한 공부를 하려고 노력 중이에요.”
언제나 흥분과 부화뇌동을 가장 멀리 하려고 마음을 가다듬는 사람. 정원화 프로는 이 같은 차분한 태도로 자신의 먼 미래를 더불어 내다본다.
사업을 하는 것도, 광고인으로서 높은 자리에 오르는 것도 그녀의 목표는 아니다.
예순이 되어서도 지금과 같은 일을 하는 것, 경험을 노하우로 캠페인 제작을 리드하면서 전문적인 커뮤니케이션 디렉터로 일하는 자신을 그려본다.
식지 않는 머리, 뜨거운 가슴을 꾸준히 간직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