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혁 I 미국 시라큐스대 광고학과 조교수
“일반광고 대비 30% 높은 관심”
오늘날 도시에 거주하는 성인 한 사람이 하루 평균 노출되는 광고 메시지는 약5,000여 개가 넘는다고 한다. 이렇듯 엄청난 광고 메시지가 전달되다보니‘ 광고 혼잡(advertising clutter)’이라고 불리는 광고 메시지 과잉 현상이 나타나게 되었다.
이런 광고혼잡 현상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미국에서는 이미 기사형 광고가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미국에서 기사형 광고가 보편화되어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일반 광고에 비해 기사 형식의 글을 통해 많은 양의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는 차별화된 장점 때문이다. 또한 신문이나 잡지기사에서 느껴지는 것과 같은 인쇄매체의 신뢰성을 가지고 있다는 장점도 있다.
실제로 영국의 광고회사인 EMAP2의 기사형 광고의 효과에 대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사형 광고에 노출된 사람들은 일반 신문광고에 노출된 사람들에 비해 훨씬 높은 수준의 브랜드 인지도와 구매행동을 보여준다고 한다.
특히 기사형 광고가 일반 신문광고에 비해 독자들 사이에 약 30% 정도 높은 관심을 끌었으며, 더욱 호의적으로 인식된다고 한다.
즉 미국의 기업들이 기사형 광고와 같이 브랜드화된 콘텐츠(branded contents)에 투자를 하는 중요한 이유는 이를 통해 소비자에게 신뢰성 있는 상품·서비스 정보를 전달하는 한편, 소비자 확보 및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는 데 있다.
오늘날 미국 기업들이 지출하는 마케팅 비용의 3분의 1정도가 이미 이런 브랜드화된 콘텐츠에 쓰이고 있고, 그 규모는 점점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신뢰성·다양한 정보 제공 효과”
자극적이고 강력한 메시지 전달을 통해 소비자를 설득하는 하드세일의 형태를 취하는 일반 광고에 비해 비교적 부드러운 방법을 통해 소비자를 설득하는 기사형 광고는 미국에서 가장 보편적인 광고전략 중 하나이다.
특히 최근 들어 일반적인 소비재뿐 아니라 제약·서비스·여행업 등의 특화된 상품 및 서비스에 대한 기사형 광고가 눈에 많이 띄고 있다.
한 예로 미국 캘리포니아주 관광청은 보다 많은 관광객 유치를 위해 ‘Totally California’라는 내용의 기사형 광고를 기획했다. 관광객들의 눈에 캘리포니아주는 오직 해변과 할리우드 외에는 볼 것이 없는 곳으로 인식된다는 문제점을 파악한 캘리포니아 관광청은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기 위한 방법으로 기사형 광고를 통한 캠페인을 기획한 것이다.
이에 캘리포니아 주가 지니고 있는 다양한 문화·예술 등의 장점을 6가지 테마로 구성해 기사형 광고로 제작했고, 이를 2009년 영국의 대표적인 일간지 더 타임즈(The Times)와 타임즈 온라인 등의 매체에 게재했다.
이 광고들은 영국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 캠페인이 끝나고 광고가 실렸던 더 타임즈의 독자들을 대상으로 한 광고효과 조사 결과 전체 독자의 약 32%가 이 광고를 기억한다고 응답했다.
또 하나의 예를 보자. 온라인 꽃집 proflower.com은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미국인들이 집안 분위기를 새롭게 바꾸는 것을 좋아한다는 점,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무얼 할까 고민한다는 사실에 착안해 기사형 광고를 이용했다.
12월 초 뉴욕데일리에 실린 proflower.com의 기사형 광고는‘ 꽃을 활용해 만들어 보는 크리스마스 장식 아이디어’라는 시의성 있는 제목으로 독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여기에 자신들이 추천하는 상품을 이용한 집안 장식 아이디어와 선물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한편, 기사형 광고를 읽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구매를 할 수 있도록 상품에 대한 자세한 정보와 구매 방법 등의 내용도 포함시켰다.
그 결과 지난해에비해 전체적으로 위축된 미국의 경제상황 속에서 높은 매출을 올릴 수 있었다
광고업계 및 신문사‘ 자율 규제’
미국에서는 1970년대에 이르러 상업성을 띤 기사형 광고가 본격적으로 출현하기 시작했다. 최초의 상업성 기사형 광고는 1970년대 초 뉴욕타임스의 독자 논평란 (opposite editorial)에 정유회사인 엑슨모빌이 실은 광고이다.
당시 중동 국가들의 산유량 감산으로 인한 제1차 오일쇼크로 미국은 물론 전세계가 에너지 부족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때 엑슨모빌이 앞장서서 시민들의 대중교통 이용을 권장하는 내용의 기사를 게재했다. 에너지 소비를 장려해야 할 에너지 회사가 오히려 에너지 절약을 주장하는 신문광고를 게재했다는 사실 자체만 보면 상당히 아이러니컬하지만, 이러한 신문광고를 통해 당시 에너지 기업들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양심적이고 좋은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소비자들에게 심어주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그렇다면 기사형 광고들은 어떻게 규제가 되고 있을까?
언론의 자유를 엄격하게 보장해주는 미국에서 기사형 광고는 특별한 법에 의해 규제된다기보다는 일반적인 광고 메시지와 같이 가벼운 지침이나 윤리강령에 의해 견제되고 있다.
미국에서 광고 메시지에 대한 규제를 주로 담당하는 연방통상위원회 (FTC)는 기사형 광고에 대한 기본적인 지침만을 제시해 줄 뿐 나머지에 대해서는 광고업계 자체의 윤리강령 혹은 광고의 게재를 책임지는 신문사의 내규나 윤리강령에 의해 관리되도록 하고 있다.
예를 들어 뉴욕타임스는 기사형 광고에 대해‘ 광고’라는 것을 명시하는 것 외에 기사형 광고의 내용이 사실이 아니거나 상대방을 비방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경우에는 게재를 제한할 수도 있다는 내용을 회사 자체 윤리규정으로 삼고 있다.
그런데‘ 기사형 광고’라는 차별화 전략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많은 기업들에 의해 폭 넓게 사용되면서 그 장점이 퇴색된다는 단점이 있다. 그 대안으로 오늘날 광고업계와 기업들은 온라인 매체를 활용한 기사형 광고로 관심의 눈길을 돌리고 있다.
이미 많은 기업들이 인기 블로거들을 통해 신제품 홍보나 기업 이미지 홍보 등의 온라인 마케팅 전략을 활발하게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광고 메시지’라는 안내문구를 달은 블로그가 많아지게 되면 소비자들이 과연 그 내용을 얼마나 신뢰할까에 대한 고민이 뒤따르면서 온라인을 통한 기사형 광고보다는 신문 매체를 활용한 기사형 광고의 제작기법과 그 신뢰도 제고를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