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사이니지 산업과 국가 경제
디지털 사이니지는 하드웨어, 미디어 솔루션, 콘텐츠 산업이라는 다분야를 통해 막대한 산업 규모를 형성하고 있다. 이 중 광고는 디지털 사이니지가 콘텐츠 채널로서 수익을 만들어 내는 중요 수단으로 디지털 사이니지의 다른 산업적 측면과 맞물려 동반 성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규모의 경제로 성장한 디지털 사이니지는 하드웨어 가격 하락의 도움으로 성장 속도가 가속화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2015년에 700만 대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예측되며 집계가 어려운 소형 패널까지 포함하면 1000만 대를 상회할 것으로 보여진다. 현재 디지털화로 인해 지면을 통한 정보 • 광고가 상당량 전자 스크린을 통한 디지털 정보로 교체되고 있으며, 이와 같은 디지털화는 향후 디지털 사이니지 산업에 든든한 성장 동력이 되어줄 것이다.
디지털 사이니지는 국가 경제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행사하고 있다. 우선적으로 디지털 사이니지 하드웨어 생산 • 유통을 통한 1차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또한 디지털 사이니지 관리 솔루션 • 소프트웨어의 기획 • 제작 • 판매를 통한 추가적인 1차 수익을 예상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디지털 사이니지를 통한 특정 콘텐츠(정보 • 광고 등)의 운용에 따른 2차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1, 2차 수익을 모두 더한다면 단일 미디어를 통해 발생하는 경제 규모는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관련 산업(디지털 스크린 • 하드웨어 산업, 광고 • 디자인 산업, IT산업 등) 시장 활성화를 통한 고용 창출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디지털 스크린들이 생활 접점을 촘촘히 점유해 가고 있는 추세를 고려할 때 향후 디지털 사이니지의 성장은 매우 분명하다.
위에서 디지털 사이니지의 성장 잠재력과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을 간략히 살폈다. 한국은 세계 디지털 산업의 리더로 디지털 사이니지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되며 향후 디지털 사이니지 해외 산업은 국가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여진다.
우선 하드웨어 관련 역량에서 볼 때 디지털 미디어의 선두자인 삼성 • LG • 현대로 대표되는 국내 전자 대기업뿐 아니라 다수의 미디어 관련 중소기업도 이미 세계적인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어 1차 수익면에서 상당한 경쟁력이 있다.
다음으로 성숙한 콘텐츠 업계의 전문성이다. 이미 세계 10위권 규모로 올라선 한국의 광고 산업은 뛰어난 인적 자원과 안정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국내 대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통해 훈련된 광고 관련사들(제작사 • 대행사 • 매체사 • 컨설팅사 등)이 벌이고 있는 글로벌 마케팅은 국내 디지털 사이니지를 세계에 판매하고 관련 글로벌 사업을 추진하기에 튼튼한 토양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세계 시장 진출에 대한 당위성이다. 성숙한 노하우와 시스템에 비해 한국 시장은 기업 들에게 매우 협소하며, 치열한 국내 시장 내 경쟁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 창출은 한계에 이르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세 가지 요인들은 한국 디지털 사이니지의 해외 진출을 불가피하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세계 디지털 사이니지 시장은 여전히 성장기로 한국의 신기술을 수용할 수 있을 만큼의 열린 시장이라고 보여진다.
디지털 사이니지의 당면과제
디지털 사이니지 산업은 한국의 뛰어난 경쟁력과 만나 세계로 나갈 좋은 기회를 열어 주고 있다. 최근 세계 각국에서 디지털 사이니지 진흥을 위한 이익 단체 및 협회들이 속속 등장해서 디지털 사이니지 산업 육성, 협회사 이익 도모, 연구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최근 관련 협회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국내 광고 산업의 규모와 디지털 미디어 역량을 고려할 때 다소 출발이 늦은 셈이지만 산업을 대표하는 협회의 출발은 향후 산업의 양적 • 질적 발전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판단된다.
한국이 세계 디지털 사이니지 리더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 필자는 다층적 접근(Multilevel Approach)을 제안하고 싶다. 구체적으로 정부 단위의 매크로 단계(Macro Level), 협회 단위의 메조 단계(Meso Level), 마지막으로 회사 단위의 마이크로 단계(Micro Level)가 바로 그것이다.
우선 디지털 사이니지가 시민 다수에게 반강제적으로 노출되는 공간 점유형 미디어이며, 디지털 사이니지 산업이 국가 경제에 큰 영향을 행사하는 장기 산업임을 고려할 때 매크로 단계에서 정부 단위의 적극적인 산업 육성책이 필수적일 것이다. 구체적으로 매크로 단계에서 정부의 역할은 지속 성장을 위한 장기적 산업 기반 구축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인적자원 개발이 선행되어야 한다. 현재 디지털 사이니지 전문 교육 과정이 전무하며, 2년제 • 4년제 대학에서도 관련 교육을 찾아볼 수 없어 업계에서 적합한 인력을 수급하고 활용하는 데 어려움이 크다.
같은 맥락에서 디지털 사이니지 관련 선진 노하우를 쉽게 접근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일종의 정보 창구를 마련해 주는 것도 정부의 주요 역할이 될 것이다.
또 기업들이 윤리적인 가치를 가지고 디지털 사이니지 콘텐츠를 운영할 수 있도록 타당한 법적 규제와 윤리 가이드라인(Code of Ethics) 제정을 감독하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공공 공간에 적합한 소재를 적합한 위치에서 운용할 수 있도록 법적 경계를 마련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다음으로 메조 단위에서는 일종의 산업의 이익단체 역할을 담당하는 민간 협회들이 기능하게 된다. 매크로 단위에서 정부가 시장의 기초를 다지고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도록 장기적 관점에서 산업 기반을 튼튼히 하는 역할을 한다면 민간 주도의 협회들은 실제적으로 산업이 국내 • 해외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협회사들의 비즈니스를 지원하는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
예컨대 운용 매뉴얼 제작, 각종 표준 인증 관리는 회원사들의 실무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또 협회 단위의 민간 주도 가이드라인 및 윤리규정 제정도 산업의 건강한 발전에 필수적일 것이다. 협회들은 비영리 단체로서 본래 성격을 지켜야 할 것이며, 무리한 영리 추구는 회원 사들에게 외면을 받게 됨을 명심해야한다.
마지막으로 마이크로 단위에서 개별 디지털 사이니지 연관 기업들의 적극적인 시장 대응이 필요하다. 디지털 미디어 산업 특성상 다수 기업들이 빠르게 도태되고 또 새로운 시장 리더들도 등장할 것이 분명하다. 또 상당한 비용 투자를 필요로 하는 디지털 사이니지 산업의 특성상 투자에 따른 성공 부담감도 상당하다. 따라서 각 회사들은 협회 및 정부의 활발한 지원 속에서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수익원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디지털 사이니지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다층적 접근에 대해 알아 봤다. 각 단계에서 유기적으로 협력할 때 한국 디지털 사이니지가 글로벌 리더로 자리할 수 있을 것이다. 디지털 사이니지는 1. 하드웨어 비즈니스 2. 소프트웨어 또는 솔루션 비즈니스 3. 광고 : 마케팅 서비스 비즈니스라는 상이한 세 비즈니스들이 동시에 연관된 복합산업이다. 따라서 정부의 육성책 또는 협회의 활동은 복합적인 산업의 특성을 충분히 이해한 결과물이 되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위에서 언급한 세 비즈니스는 상이하지만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사업의 성공을위해서는 산업에 대한 통합적인 이해가 필수적이다. 예컨대 A라는 국내 기업이 한 국가의 슈퍼마켓 체인에 디지털 사이니지를 수출하려고 한다고 하자. 단순히 디지털 사이니지를 제작해서 납품한다고 할 때 기업의 경쟁력의 원천은 디지털 하드웨어의 제품력에 국한된다. 하지만 매장 내 디지털 사이니지에 최적화된 운영 솔루션을 탑재해서 판매할 때 경쟁력은 두 배가 될 것이다. 한발 더 나아가 매장 내 디지털 사이니지로 매장 마케팅을 도울 뿐 아니라 외부 광고주를 유치해서 광고 사업으로 확장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한다면 경쟁력은 세 배가 될 것이 분명하다.
결국 디지털 사이니지를 통해 장기적인 수익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하드웨어뿐 아니라 진출 시장과 설치 공간에 대한 통찰 그리고 통찰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실제로 현장에서 구현할 수 있는 운영 솔루션 제작 능력까지 더해진 역량이 갖춰져야 한다. 업의 본질을 충분히 이해한 다층적인 접근을 통해 한국 디지털 사이니지가 세계 시장의 리더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