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탄을 일으킨 그림자 QR코드
이른 아침, 분주한 손길로 서울 시내 정오의 날씨를 검색한다. ‘맑음’이 예상되는 지역을 선정한 직후부터는 그날의 미션 장소를 빠르게 공유한다. “이번 캠페인은 굉장히 입체적인 프로젝트였어요. 게다가 해를 잡아 둘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예측하기 어려운 요소들도 많았습니다. 아무래도 영상물 촬영 일은 미리 정해 둘 수밖에 없었는데, 당일이 가까워지니 갑자기 기상 예보가 ‘흐림’으로 바뀐 거에요. 그래도 일정을 강행하기로 하고 현장에 나갔더니 놀랍게도 정오가 되자 햇살이 반짝 비치는 겁니다. 하늘이 도와준다는 느낌이 들었죠.” (김현명 프로)
강남역, 명동, 신촌 등 유동 인구가 많은 곳에서 펼쳐진 게릴라 이벤트를 마주한 사람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그림자를 활용해 QR코드를 찍는 사람들을 통해서도 자연스럽게 구전 효과를 얻었지만, 독특한 외관의 구조물이 인파 사이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이목을 끌었다. 3D QR코드 타임세일 프로모션으로 진행된 이번 캠페인은 세계 최초로 그림자를 활용했다는 점에서 큰 화제를 일으켰다. 칸 국제 광고제 현장에서도 마찬가지. 시상식 당일, 작품 영상이 재생되기 시작하자 ‘와우~!’라는 감탄사가 일시에 터져 나왔다.
“이번 캠페인은 디지털 테크놀로지를 창조적으로 활용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앞으로도 우리가 더 잘할 수 있는 분야이고요. 해외의 크리에이터들도 매번 그런 관점에서 기대감을 갖고 질문을 합니다. 디지털 기술과 앰비언트 미디어(Ambient Media)의 결합이라는 공식을 우리만의 표식으로 포지셔닝해 가야지요.”(김홍탁 마스터)
아이디어를 넘어선 실행
“지난해 이맘때쯤 틀에 갇혀 있지 않은 새로운 크리에이티브를 위해 일주일에 한 번씩 모여 회의를 하기로 했습니다. 모든 제약으로부터 벗어나 자유로운 아이디어를 얘기하고 발전 시켜가는 과정을 통해 그림자 QR코드라는 아이디어가 탄생 되었습니다. 당연히 광고주에게 선제안을 해보자는 계획이 세워졌습니다. (권세호 프로)
물론 이제껏 시도된 적이 없던 프로젝트를 접하는 광고주의 반응은 다양했다. 그럼에도 ‘신선하다’는 쪽이 우세였다.다음부터는 시간과의 싸움이었다. 처음하는 프로젝트이기에 실행 과정 역시 마냥 쉬울 리는 없었다. “기존의 미디어가 아닌 굉장히 다른 개념의 미디어를 활용했기 때문에 노하우가 없는 상태에서 하나하나를 기획하고 진행하는 일 자체가 매우 의미 있는 공부였습니다.” (이병하 프로)
실제로 태양광선이라는 인력으로 통제할 수 없는 요소를 결합한 완전히 새로운 미디어였기에, 수시로 난상 토론이 벌어 졌다. 아울러 이를 조율하고 현실화하는 모든 과정이 그야말로 신선한 경험이었다. “시안상으로 아이디어가 나와있기는 한데, 과연 ‘그림자가 예상한 대로 나올까?’하는 의문이 가장 컸습니다. 지구의 자전과 공전 때문에 같은 시간대라도 태양의 고도는 달라 지거든요. 그래서 구조물의 각도를 조절할 수 있게 만들고, QR코드를 단순화시켰습니다.” (서정기 프로)
뿌린 만큼 거둔 성과
“칸에서 수상을 한다는 건 광고인으로서 대단한 명예잖아요. 수상 이전에도 서울에서 진행된 캠페인에 대한 해외의 반응이 좋아서 캠페인을 진행한 저희로서도 매우 흥미로워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하림 프로)
상대적으로 낮은 점심시간 매출을 올리기 위한 프로모션 형태로 진행된 이번 캠페인은 실질적인 반응과 구체적인 실적으로도 이어졌다. 서울 시내 13곳으로 시작한 게릴라성 이벤트는 36곳으로 확장됐다. 프로모션이 이루어졌던 2월 한 달간, 그림자 QR 코드를 통해 발행된 할인쿠폰 숫자는 무려 1만 2000장. 전월 대비 온라인몰 가입자 수도 58% 증가했다. 이만하면 가히 폭발적인 수치다.
“이마트의 점심시간 매출도 25% 이상 대폭 올랐습니다. 리테일 업종 특성상 수치를 즉각적으로 접할 수 있어서 성과 측정 면에서 수월한 점이 있었죠. 당연히 광고주의 만족도도 높았고요. 덕분에 프로모션을 진행한 저희들도 보람을 많이 느꼈습니다.” (노진택 프로)
이번 캠페인을 통해 새로운 미디어에 대한 확신과 노하우를 동시에 얻게 된 그들은 한걸음 더 진보한 다음 프로젝트를구상하고 있다. 경계를 벗어난 그들의 아이디어가 또 한번 세계를 놀라게 할 날이 기다려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