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래보레이션(Collaboration)은 협업(協業)의 의미로 이질적인 요소를 하나로 묶어 새롭고 창의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콜래보레이션은 무언가 늘 신선한 느낌과 새로운 즐거움을 주며 소비자의 눈을 끈다. 때로는 낮은 홍보적 관점에서 접근하지만, 좀 더 높은 차원에서 새 브랜드를 만들어 내기도 하고, 새로운 사업 영역을 만들기도 한다. 스포츠와 PR은 이질적인 분야이기도 하지만 스포츠가 갖는 PR적 속성을 잘 활용한다면 콜래보레이션의 효과를 가장 잘 낼 수 있는 결합이기도하다. 스포츠는 많은 사람들이 직접 즐기기도 하고, 선수들의 경기를 관전하며 즐거움을 느끼기도 한다.
축구, 야구, 달리기 등 생활 스포츠가 있는가 하면 올림픽, 아시안게임처럼 국가 간의 경쟁이 치열하고 기업들의 홍보의 장이 되는 국제스포츠 이벤트도 있다. 스포츠는 많은 스포츠팬 그리고 TV중계와 미디어의 보도로 인해 홍보적 가치가 높다. 따라서 기업들은 스포츠를 매개로 해 마케팅이나 홍보활동을 벌이는 데 관심이 많다. 다시 말해 기업들이 스포츠 프로퍼티(Sports Prperty)를 잘 활용하면 스포츠팬 자체가 소비자로 끌어들일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난다.
올림픽과 시계 그리고 문화의 만남
아테네는 쿠베르텡의 주창으로 고대올림픽이 개최한 지 1200년 만인 1896년 1회 근대 올림픽을 개최한 도시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은 108년 만에 그리스에 돌아온 올림픽이었다. 올림픽이 열리는 아테네는 파르테논 신전을 비롯해 다양한 문화유적을 자랑하는 문화의 도시다. 올림픽이 열리면 다양한 기업들이 올림픽에 스폰서로 참여 하는데 전 세계를 대상으로 홍보활동을 펼칠 수 있는 권리를 가진 기업들을 올림픽 파트너라고 한다. 시계 회사인 스와치(Swatch)도 아테네 올림픽의 파트너로 참가했는데, 파트너로 참여하는 기업들은 대부분 올림픽 개최도시에 홍보관을 설치한다. 올림픽 패밀리들이 즐길 공간을 제공한다는측면과 스폰서들이 홍보를 할 수 있는 공간의 접점이라고 할 수 있다. 기업들은 일반적으로 건물을 임대해 내부에 전시 시설을 만들거나 텐트 구조로 홍보관을 만든다.
그러나 스와치의 접근방법은 좀 달랐다. 파르테논 신전 바로 밑의 고대 그리스의 문화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지역에 홍보관을 설치했다. 서울로 보면 인사동이나 가회동 한옥마을쯤 되는 지역이다. 건물을 임대해 홍보관을 설치하고 시계를 팔고, 종이시계를 만들어 색칠을 해 손목에 찰 수 있게 하고, 홍보 팸플릿을 나누어 주는 것까지는 여느 기업의 활동과 비슷했다. 스와치는 홍보관 뿐만 아니라 임대한 건물이 위치해 있는 골목 길 전체를 스와치의 홍보 거리로 꾸몄다. 100미터쯤 되는 작은 골목을 빌려 빨간 페인트로 바닥을 칠하고 흰 선을 그어 작은 육상 트랙을 만들었다. 그리고 오색실 같은 것으로 만든 약식 허들을 설치했다. 육상 트랙을 뛴다고 하기보다는 장난감 허들을 넘기도 하고 손을 잡고 걸어갈 수 있는 놀이 공간을 만든 것이다.
그뿐 아니라 육상 트랙 양쪽으로는 시계와 스포츠를 주제로 예술 작품들이 설치되어 있었다. 작가들에게 의뢰해 작품을 만들기도 하고, 일반인 공모를 통해 당선된 작품들을 설치하기도 했다. 그리스의 전통이 살아있는 가장 문화적인 거리에 단순히 시계를 팔고 홍보하는 시설이 아닌, 문화를 느끼고 스포츠를 즐기고 올림픽의 도시를 경험할 수 있는 최적의 조합을 이루어 낸 것이다. 올림픽 패밀리들이 문화적 즐거움을 통해 스와치의 고객으로 전환될 수 있는 접점을 만든 것이다.
축구, 사회공헌 그리고 핸드폰
아프리카는 아직도 한국 기업에게는 무한한 도전의 시장이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을 앞두고 삼성은 아프리카 시장에 들어가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런 계획의 일환으로 진행한 것이 2008년 삼성의 차세대 영웅(Samsung Next Hero) 캠페인이다. 아프리카는 핸드폰 시장이 급격히 커지고 있지만, 일본이나 유럽 기업들이 다양한 인프라 투자 등을 통해 선점하고 있는 시장이었다. 삼성은 직접적인 핸드폰 광고도 하지만, 좀 더 아프리카 소비자의 관심을 끄는 것이 무엇일까를 고민했다.
그 중 하나가 월드컵을 앞두고 축구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것을 감안해 축구를 매개로 한 사회공익성 캠페인을 벌이는 것이었다. 아프리카 사람들이 축구를 좋아하지만, 특히 어린이들이 더 축구를 좋아하고 이들에게 조금이라도 축구를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유소년 축구대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나이지리아, 이집트, 케냐, 남아공 등 아프리카의 주요 국가를 대상으로 축구협회나 사회자선단체와 협력해 유소년축구대회를 개최한 것은 물론, 학교에 축구공 기증 등 사회 공헌 활동을 펼쳤다. 물론 기부 재원은 핸드폰 판매 수익금의 일부를 모아 만들었다. 핸드폰을 판매하는 아프리카 딜러들에게는 판매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삼성이 후원하는 프리미어 리그 축구팀 첼시의 경기를 관람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딜러들이 판매하는 핸드폰 수익금이 기부금이 되는 구조였기에 핸드폰이 많이 팔리면 수익금이 늘어나는 것이었다. 결국 마케팅 관점에서는 핸드폰을 판매하지만, 기업PR 차원에서 보면 축구를 통해 아프리카의 차세대 축구영웅을 키워내는 데 일조를 하겠다는 것이 캠페인의 요체였다.
달리기, 운동화, 여성 그리고 파티 ‘
스무살 그녀들이 처음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나이키가 2011년 6월 서울에서 개최한 나이키 우먼스 레이스(Nike Women’s Race Seoul 7K)의 캐치 프레이즈다. 나이키는 스포츠용품 전문회사다. 다양한 제품이 있지만 운동화 부분에 시장의 강세를 보이고 있다. 나이키는 기존에 개최해오던 휴먼스 레이스에 이어 20대 여성만을 대상으로 시장을 좁혀 공략하는 방법으로 달리기 대회를 계획했다. 그것이 나이키 우먼스 레이스다. 서울 상암동 월드컵공원 평화광장에서 7Km 레이스를 했는데 신청 요강에 생애 첫 레이스에 도전하는 20대 여성 3000명이라고 명시했다. 당초 공고는 선착순 마감으로 6월 15일 0시부터 시작하려고했지만 18만 5000명이 일시에 몰려 서버가 다운 되는 바람에 22일 10시부터 다시 신청을 받는다고 공지를 했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참가자는 3000명이지만 많은 20대 여성을 포함한 여성층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하였다. 나이키가 달리기 대회라는 스포츠 행사를 실시한 것은 제품과의 연관성 등에 따른 것으로 보이지만 이 이벤트의 화제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콜래보레이션을 시도했다.
여성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영화, 뮤직비디오, 사진 등의 분야에 전문가들과 협업을 한 것이다. 대회를 기록으로 남긴다는 것이 결과적 목표지만, 20대 여성들이 좋아하는 전문가를 끌어들여 화제성을 키우려는 의도가 보인다. 즉 영화감독 양효주, 뮤직비디오 감독 이사강, 사진작가 목나정이 참여하는 가운데 영화, 뮤직비디오, 사진화보를 만드는 작업을 참가자와 같이 진행한 것이다. 즉 일반 여성들을 별도로 모집해 전문가와 공동작업을 하게 한 것이다. 포스터를 보면 ‘My First Race, 3인의 프로 감독과 영화, 뮤비, 화보로 그리는 그녀들의 첫 번째 러닝 스토리’로 나온다.
달리기 대회 후에는 완주자에게 나이키와 J에스티나 콜래보레이션 목걸이를 주었다. 참가자를 위한 애프터 파티를 개최한 것도 달리기 대회뿐 아니라 공연 문화에 친근한 20대 여성들의 성향을 잘 반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애프터 파티에는 20대 여성들이 좋아하는 타이거JK, 윤미래, 김태우 등 가수들을 초청해 참가자들이 함께 즐길 수 있게 했다. 나이키는 이 대회를 2월 상파울로에서 시작해 전 세계를 돌아가며 진행했다. 글로벌 캠페인인 셈인데, 20대 여성들의 스포츠와 문화적 감성 코드를 잘 반영해 제품 판촉과 기업 이미지 확장을 이루어낸 성공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스포츠는 다양한 콜래보레이션 플랫폼
월드컵이나 올림픽은 이미 단순한 스포츠 축제를 넘어서 문화 올림픽이나 경제 올림픽으써 기능을 한 지도 오래되었다. 당연히 국가 이미지를 대폭 개선할 수 있는 계기도 된다. 그래서 각국의 국제 스포츠 이벤트 유치전이 치열하다. 이미 스포츠가 스포츠 이상의 분야와 결합되어 있다는 의미다. 야구장에서 영화 시사회를 하거나, 극장에서 월드컵 축구 응원전을 펼치는가 하면, 골프 선수들이 프로암 대회에서 정장을 입고 무대 인사를 하기도 하는 등 스포츠의 PR적 경계가 넓게 확대되고 있다.
영암 F-1 자동차대회 개막에 맞추어 K-Pop공연을 하는 것을 어색해하는 시대는 지났다. 소비자들은 자동차 경주도 좋아하지만 소녀시대나 2NE1도 좋아하기 때문이다. 기업PR 측면이나 마케팅적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면 스포츠와 문화의 결합이든, 스포츠와 CSR(사회공헌)의 결합이든, 스포츠와 방송의 연계든 경계를 허물어 접근하는 시대가 되었다. 다시 말해 스포츠는 콜래보레이션의 플랫폼으로서 다양한 장르와 결합하는 데 가장 열린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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