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ff the record] 사랑도 번역이 되나요?
HS Ad 기사입력 2012.04.26 04:45 조회 5134

사랑도 번역이 되나요?


너무 상업성만을 생각해서 어처구니없는 제목이 나오는 경우도 비일비재하기 때문에 번역의 횡포가 욕을 먹는다. 먼 훗날에 목 놓아 불러보아도 전혀 ‘뻘쭘’하지 않을 제목으로 조금만 더 신경써서 지어주시면!





얼마 전 데이비드 핀처(David Fincher) 감독의 영화 <The girl with dragon tattoo>의 개봉소식을 듣고, 영화를 보기 전에 원작을 좀 읽어보고 싶어서 책을 찾았다. 영문으로 읽기에도 그리 어렵지 않다고는 들었지만, 그래도 안전하게 일단 한글로 읽어보고 싶어서 서점이란 서점은 다 뒤졌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봐도 없었다. 대략 책제목이 ‘용 문신을 한 소녀’ 정도 되겠지 하고 책을 찾았으나 결국 실패, 한국에는 번역이 아직 안 되었나보다 하고 포기했는데, 한 지인이 “왜 제목을 이렇게 번역했을까?”라며 건네주는 책 한 권의 제목이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이었다.

<The girl with dragon tattoo>가 어찌하다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이 됐을까? 물론 책을 읽어보면 왜 저렇게 ‘의역’이 됐는지 알 수도 있고, 뭔가 출간 당시의 사연이 있을 수 있겠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호기심을 자극하려는 의도와 그 책의 이야기를 끌고 가는 주인공에 대한 작가의 애정을 모두 없앤 것 같아 계속 아쉬움이 남았다.



의역, 때론 멋진 창작
하긴, 그동안 번역제목 때문에 많이 놀랐더랬다. 처음에 영화 <사랑과 영혼>의 원제가 <Ghost>인걸 알고는 얼마나 놀랐었는지… 영화 <총알탄 사나이>의 원제도 <The naked Gun>이라는 걸 다들 아시는지. 세상에 이렇게 멋진 영화제목이 있을까 하는 <내일을 향해 쏴라>도 원제는 <Butch Cassidy And The Sundance Kid>다. 폴 뉴먼과 로버트 레드포드의 극중 이름인 부치캐서디(Butch Cassidy)와 선댄스 키드(Sundance Kid)를 따서 붙인 제목이다.

그런데 어떻게 <내일을 향해 쏴라>가 되었을까? 배급사의 말을 빌리자면 어둠 속에서도 용기를 가지고 미래로 나아가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제목으로 나타내고 싶었고, 그래서 탄생한 영화제목이 <내일을 위해 쏴라!>란다. 분명 마케팅실에 뛰어난 카피라이터가 있었을 것이다. 이 제목은 영화의 대 히트 이후 용기를 잃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자는 뜻의 상징어가 됐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말이 됐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인 소피아 코폴라 감독의 <Lost in Translation>도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로 바뀌어서 개봉됐는데, 한글제목이 오히려 영화의 여운과 의도를 오래도록 생각하게만드는 데 한 몫 했다. 이것 말고도 ‘참 번역 잘했다’고 생각했던 제목 중 하나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다. 원제는 <The curious case of Benjamin Button>. 직역하자면 <흥미로운 벤자민 버튼 사건>쯤 되지 않을까? 하지만 있는 그대로 시장에 내놓을 우리의 배급사들이 아니다. 수많은 ‘브레인’을 한참 ‘스토밍’한 끝에 <벤자민 버튼의 신기한 사건>을 거쳐 <날마다 젊어지는 남자>가 강력한 후보로 떠올랐었다고 한다. 하지만 아카데미 13개 부문 후보에 오른 영화 치고 지나치게 촐싹맞은(?) 제목이 아닌가 싶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벤자민 버튼의 거꾸로 가는 시간>을 거쳐 결국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로 최종 낙점! 명사형으로 끝내지 않고 서술형으로 끝나는 제목이라 더 긴 여운을 남기겠다는 판단도 있었다고 한다.

 


‘낚시질’보다 ‘오래 가는 진정성’을!
배급사들에서는 이구동성으로 외친다. "외화의 국내 개봉 제목을 정하는 데는 오직 한 가지 원칙만 통용됩니다. 어떤 제목이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사람들을 혹하게 만들 것인가." 어찌 보면 신문광고 헤드라인의 목적과 비슷하다. 한 명이라도 더 제품에 관심 갖게 하기, 혹은 제품을 정확하게 이야기하되 좀 더 매력적으로 표현하기. 그 한 줄을 위해 카피라이터가 몇 날 며칠 밤을 새는 것처럼 배급사 마케팅실도 머리를 싸고 고민을 하겠지...

하지만 너무 상업성만을 생각해서 어처구니가 없는 제목이 나오는 경우도 비일비재하기 때문에 번역의 횡포가 욕을 먹는 것이다. <High Fidelity>라는 제목을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라고 지어버린다거나, 테리 길리엄(Terry Gilliam) 감독의 최고 명작인 <Brazil>을 <여인의 음모>라고 지어버리는 건 정말 너무 무책임하지 않나? 애 이름 한 번 잘못 지어놓고 두고두고 욕먹는 부모들처럼 되지 않으려면, 지금 당장은 물론이려니와 먼 훗날에 목 놓아 불러보아도 전혀 ‘뻘쭘’하지 않을 제목으로 조금만 더 신경 써서 지어주시면 참으로 고맙겠다.
 


조성은 ACD | chocopy@hsad.co.kr
 
매력적인 오답에서 예기치 못한 정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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