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속에 등장하는 상품은 광고인지 의식하지 못할 정도의 자연스러움 때문에 광고주에게 큰 광고효과를 가져다주는 한편 무분별한 광고로 시청자의 짜증을 유발하기도 해 논란의 중심이 되어왔다. 그러나 지난해 방송법 시행령이 개정됨에 따라 간접광고(PPL)가 합법화됐고, 간접광고는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새로운 법률에 맞는 간접광고를 준비하는 광고회사와 광고주가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인지 알아본다.
글 ㅣ정원일(법무법인 나은 변호사)
일러스트 ㅣ 김예니
일러스트 ㅣ 김예니
2010년 시행된 개정 방송법에 따라 TV 속 간접광고(Product Placement, PPL)가 도입됐다.미국의 경우 영화<ET>에 등장한 리스(Reese) 초콜릿은 영화의 성공과 함께 65% 매출 신장이라는 놀라운 효과를 얻었고, 선글라스 회사 레이밴(Ray-Ban)은 영화 <위험한 청춘(Risky Business)>의 톰 크루즈가 레이밴 선글라스를 착용하기로 하는 PPL 계약을 체결한 후 55%의 매출 증가 효과를 얻었다.
PPL은 영화뿐만 아니라 TV 프로그램 제작에서도 널리 이용되고 있고, 일례로 미국의 리얼리티 프로그램인 <어프렌티스(Apprentice)>는 버거킹,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버라이어존 등과의 PPL 계약을 통해 회당 200만 달러가량의 간접광고 수입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의 방송광고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에서 이루어진 이번 법 개정은 무분별한 간접광고를 방지하기 위한 몇 가지 제한 규정도 두고 있는바, 이하에서는 방송법에서 허용하고 있는 현행 간접광고 규정과 간접광고와 관련해 문제될 수 있는 몇 가지 법률 문제들을 짚어보고자 한다.
방송법상 간접광고의 개념
우선 방송법에 따른 간접광고의 개념은 “방송프로그램 안에서 상품을 소품으로 활용하여 그 상품을 노출시키는 형태의 광고”로 정의되어 있다(방송법 제73조 제2항 제7호). 따라서 종래의 용어 사용과 달리 현행 방송법상 간접광고에는 ‘상품’을 제외한 서비스나 상호의 언급 등과 같은 무형물은 포함되지 않고, 이 부분은 기존 방송광고 관련 규정상 ‘협찬’에 해당되는 규제를 그대로 받게 된다.
간접광고에 대한 방송법상 규제 조항
방송법은 그 시행령에 간접광고의 허용 범위, 시간, 횟수, 방법 등에 관한 제한 규정을 두고 있다(동 시행령 제59조의3).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 방송사업자는 방송프로그램에 간접광고가 포함되는 경우 해당 프로그램 방송 전에 간접광고가 포함되어 있음을 자막으로 표기하여 시청자가 명확히 알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동조 제2항).
② 방송 분야 중 오락과 교양 분야에 한정하여 간접광고를 할 수 있다. 다만, 어린이를 주 시청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과 보도, 시사, 논평, 토론 등 객관성과 공정성이 요구되는 방송프로그램의 경우에는 간접광고를 할 수 없다(동조 제1항 제1호).
③ 간접광고는 방송프로그램의 내용이나 구성에 영향을 미치거나 방송사업자의 편성의 독립성을 저해해서는 아니 된다(동조 제1항 제2호).
④ 간접광고를 포함하고 있는 방송프로그램은 해당 상품을 언급하거나 구매, 이용을 권유하는 내용을 방송해서는 아니 된다(동조제1항 제3호).
⑤ 방송광고가 금지되거나 방송광고의 허용 시간을 제한받는 상품 등은 간접광고를 할 수 없다(동조 제1항 제4호).
⑥ 간접광고로 노출되는 상표, 로고 등 상품을 알 수 있는 표시의 노출시간은 해당 방송프로그램 시간의 100분의 5를 초과할 수 없다. 다만, 제작상 불가피한 자연스러운 노출의 경우는 그러하지 아니한다(동조 제1항 제5호).
⑦ 간접광고로 노출되는 상표, 로고 등 상품을 알 수 있는 표시의 크기는 화면의 4분의 1을 초과할 수 없다. 다만, 이동멀티미디어 방송의 경우 3분의 1을 초과할 수 없다(동조 제1항 제6호).
아울러 간접광고는 방송법상 ‘광고’에 해당하므로, 상기 규정 외에도 방송광고에 관한 방송법상의 여타 규정들, 특히 방송광고 심의에 관한 규정을 적용받게 된다. 이와 관련해 실무상 문제되는 부분으로는 현행 방송법상 지상파 방송사업자는 한국방송광고공사 또는 법이 정하는 방송광고 판매대행사가 위탁하는 방송광고물 외에는 방송광고를 할 수 없게되어 있는바(방송법 제73조 제5항), 동 규정은 간접광고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한국방송광고공사 등을 통하지않은 간접광고는 규정 위반에 해당한다. 실제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한국방송광고공사를 거치지 않은 간접광고에 대하여 여러 차례 주의조치 등의 제재를 내린 적이 있다.
간접광고와 관련된 법률 문제들
간접광고 계약을 체결하는 데는 간접광고 대상이 되는 상품의 범위, 노출 빈도와 방식, 노출하는 상황 설정, 광고비의 지급 방식등 세부 사항에 대한 체계적인 정리가 필요하다. 특히 상품 제공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제품이 프로그램 내에서 단순 노출되는 것보다는 비중 있게 스토리에 녹아들기를 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는 방송제작자(프로듀서나 방송작가)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부분이 될 수 있다.
실제로 과거 SBS의 드라마 <폭풍속으로>의 PPL 계약이 문제된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 회사의 이미지가 드라마의 15회분부터 18회분까지 4회분에 걸쳐 단편적으로 노출되기는 했지만, 그 노출이 피고 회사의 이미지 제고를 위한 간접광고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이므로 피고 회사는 위 4회분에 상응하는 제작 지원금(PPL 비용)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판결한 사례가 있다.
이 사건은 PPL 계약 교섭 과정 및 계약 내용 중에 PPL 지원 회사의 기업 이미지 제고를 계약의 목적으로 규정하고 그와 같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PPL 지원 회사 측에 에피소드 제공 권한 등 적지 않은 ‘Creative Control’ 권한을 부여한 데 따른 결과였다. 따라서 PPL 계약에서 단순한 상품 노출을 넘어선 ‘Creative Control’ 부분에 대한 내용은 상당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드문 경우일 수는 있겠으나 PPL 계약을 체결하는 데서 방송 제작 관련 기타 계약과의 충돌 문제를 주의할 필요가 있다. 감독 계약, 작가 계약 또는 출연 계약상 간접광고를 취급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포함되는 경우가 있는 것이다. 할리우드 배우 로빈 윌리엄스는 간접광고가 들어 있는 영화에는 출연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고, 마찬가지로 배우인 파멜라 앤더슨은 자신의 출연 계약상 해당 작품에 모피 제품이 등장하지 않을 것을 조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향후 일부 스타급 연예인이나 작가는 제작사의 PPL 제공에 있어 사전에 자신들의 동의를 얻을 것을 요구하는 경우가 늘어날 수 있다.
마지막으로, PPL에 대한 규제는 나라별로 다르다는 점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해외 수출을 목표로 하는 드라마를 제작하면서 PPL 지원사에게 해외 광고효과를 선전한 경우, 과연 해당 국가에서도 우리나라에서 제작된 PPL이 그대로 방송될 수 있을지는 해당 국가의 PPL 관련 규정 여하에 따르게 되는 불투명한 부분이 있다. 따라서 그에 관한 명확한 정보를 확보하고 있지 않는 한, 해외시장에서의 PPL 광고효과를 계약의 목적으로 기재하는 것은 자칫 향후 계약 위반 분쟁을 불러올 소지가 있으므로 신중히 처리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