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ㅣ 김홍탁 프로 인터랙티브 제작그룹 CD
슈퍼스타K가 장안의 화제다.
케이블TV 사상 처음으로 2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했다고 한다.
그 프로그램을 통해 배출된 슈스케 4인방 허각·존박·장재인·강승윤은
초보 가수가 아닌 연예계 스타의 길을 이미 밟고 있다.
광고는 물론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도 등장하면서
자고 일어나니 스타가 된 천지개벽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케이블TV 사상 처음으로 2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했다고 한다.
그 프로그램을 통해 배출된 슈스케 4인방 허각·존박·장재인·강승윤은
초보 가수가 아닌 연예계 스타의 길을 이미 밟고 있다.
광고는 물론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도 등장하면서
자고 일어나니 스타가 된 천지개벽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우승을 차지한 허각은 물론 밀려난 3인에게까지 연예계의 입질이 끊이지 않는다는 것은 슈퍼스타K란 프로그램이 가수보다는 연예계 스타를 배출하기 위한 의도로 기획된 것임을 입증한다. 슈퍼스타K가 급격히 상승곡선을 그리며 전 국민의 관심의 표적이 된 데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본다.
첫째는 매주 탈락자를 만들면서 마지막에 단 한 명의 생존자를 남기는 서바이벌 게임이 주는 흥미일 것이다. 게다가 이들의 합숙 도중 일어난 갖가지 해프닝과 그 와중에 드러난 개인사의 드라마는 가십을 늘어놓길 좋아하는 사람들의 호기심을 충족시키기에도 충분했다.
둘째는 춤과 몸매로 어필하는 아이돌 그룹이 장악한 현 가요계에 대한 일말의 염증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슈스케의 아이들’은 가창력의 탄탄한 기본기를 가지고 있기에 노래 잘하는‘가수’에 대한 노스탤지어를 충족시켜 주기에 충분했던 것으로 보인다.
정말이지 이들의 인기는 놀라웠다. 갤럭시 탭의 ‘탭택시’ 인터랙티브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슈스케 4인방을 모델로 초대했는데, 길거리의 모든 사람들이 이들을 알아보고는 사인과 인증샷 공세를 펼치는 바람에‘슈스케의 아이들’이 현시점의 핫이슈라는 사실을 직감할 수 있었다. 이들은 불과 몇 달 전만 하더라도 환풍기 수리공이었고 평범한 대학생이거나 검정고시로 고등학교에 진학한 학생이었을 뿐이다.
슈퍼스타K는 알다시피 미국의‘아메리칸 아이돌(American Idol)’의 포맷을 그대로 가지고 온 프로그램이다. 전체 진행방식부터 시청자의 투표를 도입한 형식, 그리고 심사위원들의 캐릭터까지 거의 그대로 옮겨 왔다. 늘 험담을 늘어 놓던 심사위원 사이먼 역할을 이승철이 담당하는 식이다.
아메리칸 아이돌이 인기 상종가를 누리는 데는 그 심층에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오래된 미국인의 꿈이 존재한다. 자신의 재능과 열정만 있으면 성공할 수 있다는 신화를 TV프로그램으로 옮겨 온 것이다. 슈퍼스타K 역시 ‘개천에서 용났다’는 운명개척의 실례를 보여준 대표적인 방송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았다.
프로그램이 회를 거듭할수록 사람들은 누가 최후의 2인으로 좁혀질 것이며 마지막 한 명의 승자는 누가 될 것인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했다. 초반부터 존박의 화려한 등극을 점치는 사람이 꽤 되었고, 4인방에서 유일한 홍일점이었던 장재인도 폭넓은 팬을 확보하고 있었다. 허각은 마지막 결승에서 놀라운 반전을 이룬 경우라 할 수 있겠다.
결국 사람들은 최후의 2인 중 존박 대신 허각의 패를 선택했다. 특히 허각의 등극은 시청자 투표에서 많은 표를 얻은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세간엔 허각이 자신의 진가를 잘 드러낼 수 있는 곡을 선택한 것이 주효했다는 해석이 돌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그에게 동정표가 몰렸다는 말들이 오갔다.
사람들은 중졸 학력에 환풍기 수리공이란 열악한 환경을 딛고 스타로 등극하는 남자 편 신데렐라의 감동적인 드라마를 보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나 역시 허각을 응원했다. 준수한 외모, 아메리칸 아이돌 톱 20, 노스웨스턴 대학 등의 이미지로 각인되어있는 존박은 우승이 아니더라도 러브콜이 사방에서 쏟아지리라는 생각에서였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했으리라. 서로의 극점에 위치한 두 사람의 성장배경과 환경이 이 프로그램을 끝까지 긴장되게 만들었던 요인이 되기도 했다. 미디어에서는 이를 두고 한국사회가 공정사회로 진입한 상징적인 예라고 추켜세우기도 했다. 일리 있는 말이기도 하다. 그러나 동시에 허각은 한국사회의 연예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이 만들어 낸 스타 제조공장의 제품일 수도 있다.
그런 관점에서 허각에게 “복근 만들려 하지 말고 제대로 노래하는 가수가 되라”고 한 이승철의 충고는 그것이 또 하나의 흥미를 불러일으키기 위한 의도된 발언이라 할지라도 작금의 상황을 잘 집약해 보여 준 메타포로 손색이 없다. 가수는 없고 섹시한 외모의 엔터테이너만 판치는 세상에 대한 불편한 진실을 얘기한 것이리라.
허각은 점점 더 태생적 환경이 인간의 운명을 좌우해 가는 한국사회에서, 사라진‘개천의 용’신화를 재생한 인물이다. 노래 잘하는 허각이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성장해갈지는 모르겠다. 그는 며칠 전 강심장에 출연함으로써 예능프로그램 데뷔식을 치렀다. 강심장이 됐건 세바퀴가 됐건 슈스케 이후의 허각의 행보는 전적으로 그의 자유의지에 달렸다.
대중이 원한다면 그는 복근을 만들어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바라건대 그는 조용필?이승철 등을 잇는 가창력의 가수로 남았으면 좋겠다. 단련된 복근보다는 단련된 성대에서 나오는 우렁찬 샤우팅을 계속 듣게 되길 바란다.